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강철규)가 8일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비리혐의 고위공직자 3명에 대해 재정신청을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앞으로 부방위와 검찰간 조직의 자존심을 건 격전이 예상된다. 부방위는 이날 오후 9인 전체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난 3월 부방위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확인한 이들 비리공직자의 혐의내용과 검찰의 수사결과 통보내용을 면밀히 검토, 3시간여의 격론끝에 재정신청키로 최종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부방위가 비리혐의로 신고한 고위공직자에 대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부방위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비리혐의 고위공직자에 대해 재정신청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방위의 이같은 결정은 검찰의 수사가 '자기식구 봐주기 수사' 등 전반적으로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없이 불성실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향후 부방위 활동이 크게 위축돼 조직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배수의 진을 치고 재정신청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말 부방위는 헌법기관의 현직 장관급 인사 R씨와 전직 검찰총장 K씨, 현직 검찰 고위인사 L씨를 뇌물수수 및 금품상납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당시 부방위는 "당사자 해명 조차 듣지 않고 부방위가 고발부터 해 명예를 훼손했다" "전직 고위공직자는 법적용 대상이 아니다"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후에는 "부방위가 사실확인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도마에 올라 출범이후 최대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부방위가 재정신청 카드를 빼들고 검찰에 맞서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진실규명에 자신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부천서 성고문사건'과 '김근태씨 고문사건' 등 극히 미미하다는 점에서 부방위의 이같은 결정은 상당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게 사실이다. 검찰수사결과 통보이후 부방위 주변에서 "3건 중 가능성이 확실한 일부만 재정신청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돈 것도 이와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예측은 예측으로 끝났고 부방위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부방위 관계자는 "비록 법적 제약으로 인해 당사자를 대상으로 해명을 듣는 등 직접 조사를 벌이지 못했지만 피신고인 주변에 대해 면밀히 확인했고, 신고인의 신고내용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부방위의 재정신청으로 최근 잇따라 편파.축소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은 또다시 수사공정성에 대한 시비에 휘말리게 돼 앞으로 이루어질 두 기관간 법정 공방이 주목된다. 특히 재정신청 수용여부를 결정할 서울고법에서 부방위와 검찰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패배한 기관은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