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으로 무려 47일간에 걸쳐 파업사태를 빚었던 두산중공업의 정상조업은 지역여론을 수렴한 지역중재단의 역할이 큰몫을 해내새로운 노사문화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 회사 노사는 당초 집단교섭 참여여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다 노조가급기야 전면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했고 사측도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법적인 대응으로 맞섰다. 노조는 "두산식 노무관리로 노조 길들이기"라며 조합사수의 명분을 걸고 파업을이어갔고 사측도 "이번만은 법과 원칙 고수"라는 명분을 걸고 극단으로 치달았다. 노조는 급기야 지난 87년 노조 출범이후 처음으로 회사 출입문을 봉쇄하고 완성품 출하를 저지했으며 사측도 노조를 상대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고소.고발과 징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대치했다. 어렵게 매주 3차례에 걸쳐 노사간 집단교섭이 계속됐지만 형식적인 자리 지키지에 그쳤고 서로의 입장과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급기야 이 회사의 노사간 대립은 과거 노사분규 현장에서 유일한 해결사처럼 등장했던 물리적인 수단 즉 공권력 투입까지 안팎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노사간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는 처음으로 지역중재단을 구성해 중재에 나선다면 수용할 의사를 밝혔고 사측도 이날 중재단 구성에 전격적으로 수용의사를 밝혀 유일한 숨구멍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도 사적(私的) 중재단 구성에 활발한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경찰도 '공권력 투입으로 사태해결을 하지 않고 노사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희망하며 중재를 도왔다. 지역중재단 인적구성을 둘러싸고 노사간 몇차례 시비가 됐지만 산고끝에 상공계대표와 교수, 신부, 부시장, 변호사 등 6명의 위원이 마침내 탄생됐다. 중재단은 2차 회의에서 우선 노조에게 조건없는 출입문봉쇄 해제를 제시했고 노조가 이같은 중재안을 전격 수용, 사태변화에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지난 4일 4차회의에서 노사 양측에게 사태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중재안을 제시하게 됐다. 3일간의 고민을 거듭하던 노사는 지난 7일 사측이 긴급 임원회의를 통해 '향후노사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민형사상의 고소.고발과 조합원의 징계를 최소화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라'는 중재안을 먼저 수용했다. 노조도 이날 저녁 중앙쟁대위를 갖고 '즉시 파업철회를 선언하고 완전 조업정상화에 임한다'는 중재안을 받아 들임으로써 끝이 보이지 않았던 47일간의 파업사태에종지부를 찍었다. 지역중재단은 "노사가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지역 및 국가경제를 우려해중재에 나서 정상조업에 임할 수 있게 된 만큼 노사가 중재안을 성실히 이행해 노사간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중재단은 앞으로도 노사가 이같은 중재안을 성실하게 이행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과 함께 지켜보기로 했다. 자칫 파국으로 치닫던 노사분규가 과거처럼 공권력 투입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끝나지 않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업을 정상화시켜 앞으로의 노사갈등을 치유하는데좋은 사례가 됐다는 것이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창원=연합뉴스) 최병길기자 choi21@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