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앞다퉈 사내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법률 리스크 관리가 기업 경영의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사법시험 합격 인원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회사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법률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기업의 요구와 '변호사 1천명 배출 시대'를 맞아 전문화를 꾀하는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얘기다. 외환은행 LG화재 등 민간기업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 도로공사 등 공기업들도 일제히 사내 변호사 채용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10일 변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현재 면접절차가 진행중이다. 외환은행이 사내 변호사를 뽑는 것은 창립이후 처음이다. 외환은행 준법감시팀 송승섭 차장은 "늘어나는 법률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2명의 변호사를 뽑아 각각 사내 법률자문 업무와 국제금융 업무를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내 변호사 1명을 채용하기 위해 최근 원서접수를 마감한 LG화재에는 10명이 넘는 변호사가 지원했다. 법관 인사가 마무리된 데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변호사들의 진로가 확정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경쟁률이다. 김지곤 LG화재 법무팀 차장은 "홀로 개업하는 것에 비해 안정적인데다 전문성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내 변호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은행 보험 증권사 등에는 줄잡아 20여명의 변호사들이 상근하면서 각종 계약서를 검토하고 소송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경영전반에 걸친 법률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공기업에도 사내 변호사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7명의 사내 변호사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중견 변호사를 1명 더 뽑았다. 예금보험금과 관련된 소송이 끊이지 않는데다 예보가 금융회사 부실책임자 및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욱호 예보 법무팀장은 "사내 변호사가 직접 소송을 수행하면 외부 변호사에 맡길 때보다 비용을 40% 가량 절감할 수 있다"며 "전문성과 성실성 측면에서도 사내 변호사가 월등히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서울보증보험은 지난달 1일 이흥우 변호사를 새 식구로 맞이했고, 도로공사와 담배인삼공사는 사법연수원생들이 배출되는 올 연말이나 내년초께 변호사를 영입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의 김희대 사내 변호사는 "기업이 사내 변호사를 두면 각종 법률 서비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다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수년내에 웬만한 중견기업까지 사내변호사를 보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