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며 말년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난민들을 위해 멀리 인도와 터키 등 의료 사각지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던 대구시 북구보건소 김주열 소장(55). 그가 이번에는 의약분업 이후 20개월 가량 공석으로 남아있는 동해의 낙도,울릉군보건의료원장 근무를 자원해 공무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울릉군보건의료원에는 공중보건의 외에 일반 의사는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경북도내 23개 시·군중 의료진 근무 기피지역 1호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가 대구시 북구보건소장(4급)에 채용된 것은 지난 96년 7월. 전국에서 몇 안되는 전문의 출신 보건소장으로 일하게 된 그는 99년 9월 터키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즈미트시 인근지역에서 2주 가량 국제의료 봉사활동을 벌였고, 지난해 2월에는 인도 안자르 지방을 중심으로 인술(仁術)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의약분업 직후인 2000년 10월 이후 아직까지 자리가 비어 있는 울릉군 보건의료원장(4급)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이를 반대하는 가족들을 설득,최근 사표를 제출키로 결심했다. 그러나 사표 수리 후 신규 임용의 형식을 취할 경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됨에 따라 그는 대구시와 경북도간 공무원 인사교류 절차를 밟아 오는 10일자로 희망했던 울릉군 보건의료원장에 취임하게 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이 때문에 울릉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해군 항공대의 지원을 받아 육지로 이송되는 등 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북도는 의료 사각지대로 분류된 울릉도의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중앙 일간지와 지방 신문,의사회보 등에 의료원장 채용 광고를 냈으나 아무도 지원자가 없어 그때마다 실패했다. 경북도 보건과 관계자는 "의약분업 실시 이후 자리가 빈 의료원장을 충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으나 번번이 실패,이제 포기하다시피 했으나 뜻밖에도 김 소장이 스스로 원장자리를 자원해 무척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희수를 넘긴 노모와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인생을 마감하기에 앞서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곳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의료원장직에 자원했다"고 넉넉한 마음씨를 보였다. 모두들 도시에서의 편한 생활을 추구하는 현실속에서 김 소장의 낙도 자원근무는 공직이나 의료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공무원이나 의료진이 오지,낙도에 배치되면 하나같이 근무를 꺼리거나 빨리 빠져 나오기만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당시 "공가(公暇)를 내면 해외 출장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국고를 축낼 수 없다"며 굳이 의사개인자격으로 봉사활동에 나서 귀감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