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일월드컵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한국스포츠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이 심각한 '월드컵 후유증'에 빠져있다.

오는 9월29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구슬 땀을 흘리고 있는 각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은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받게 된 갖가지 포상 소식을 전해들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현재 태릉선수촌에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육상과 수영, 배드민턴, 핸드볼, 하키, 역도, 체조, 레슬링, 태권도, 배구, 우슈, 카누 등 12개 종목 328명이 훈련하고있다.

포상금 3억원씩을 지급받게 된 축구대표선수들이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하루 15만원씩의 일당을 지급받은 반면 태릉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하루 훈련 수당은 30분의1에 불과한 5천원이다.

축구 선수들은 하루 방값만 수십만원하는 특급호텔에서 지냈지만 태릉 선수들의 하루 식대는 간식비 1천원을 포함해서 1만8천만원으로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해 하루 10만원이었던 축구 선수들의 훈련 수당을 올 초 15만원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의 예산을 빌리려 했다가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타 종목 선수들의 일당이 5천원인데 10만원을 받는 축구선수들에게 5만원을 추가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거부 배경을 밝혔다.

훈련수당과 식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태릉 선수들이 못내 허탈해 하는 것은 축구선수들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포상이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올림픽에서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할 경우 병역 면제 혜택을 주도록 명시했지만 정부는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오르자 병역 면제 혜택을 줬고 체육훈장까지 수여했다.

이와 관련, 태릉선수촌 입촌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나, 올림픽 4위 입상이 월드컵축구 16강보다도 못한 성적으로 취급받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타 종목에서는 축구 월드컵과 같은 성격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6강이 아닌 우승을 하더라도 아무런 혜택이 없는 상황이다.

선수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코치 협의회는 조만간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최근 코치들 회식자리에서 축구에 비해 형편없이 푸대접을 받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의견들이 많았는데 곧 임원 회의를 열어 '권리 찾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국축구의 4강 신화로 전 국민이 열광했지만 태릉선수촌의 또다른 국가대표선수들은 정부의 편향적인 체육정책에 훈련 의지마저 꺾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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