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매일 열렸으면 좋겠어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허영길씨(38)의 아들 준혁군(9)은 "한국경기가 있는 날이면 일찍 돌아온 아빠와 응원하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나갈 수 있었는데…"라며 대회가 끝난 것을 아쉬워했다. 준혁이는 "회사에서 월드컵때처럼 아빠를 빨리 퇴근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가정을 복원해 주었다. 직장인들은 일과를 마치기 무섭게 귀가하는 '칼퇴근'을 해서 가족과 함께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온 가족이 붉은 악마가 되면서 대화도 늘어났고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간의 세대의 벽이 허물어지는 신선한 변화도 체험할 수 있었다. 광고회사 직원 김태균씨(38.서울 풍납동)는 "사장부터 칼같이 퇴근했고 회식도 없어 오후 7시 이전에 집에 도착했다"면서 "부부사이가 좋아졌다는 동료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부부문제를 상담하는 한국가정경영연구소측은 "하루 평균 8건 정도 되던 상담건수가 월드컵기간엔 하루 2∼3건 정도로 줄었다"며 "특히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에는 상담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강남 논현동에 사는 주부 김가영씨(30)는 "지난달 22일 스페인전때 시댁식구까지 모였는데 우리 팀이 골을 넣을 땐 함께 만세를 부르는 등 즐기는 동안 서먹서먹했던 시부모님들과의 관계도 슬며시 풀렸다"면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상민 박사는 "지역 프로축구 활성화 등을 통해 가족이 함께 하는 '공간'을 확충하고 서양처럼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주자"고 제안하면서 "이 경우 직장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를 동시에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차경수 교수(66)는 "세대간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월드컵은 또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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