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드러난 여성의 정열과 에너지를 국가경쟁력 제고에 적극 활용하자" 정부와 여성계가 월드컵 기간 확인된 여성의 잠재력을 국가경쟁력과 각종 법적.제도적 정비를 통한 여성지위의 획기적 향상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구체적 복안마련에 나섰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온 뭇여성들이 남성을 훨씬 능가하는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집단적으로 드러낸 데 고무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여성활동가들마저 통념의 여성상을 여지없이 깨부순 '월드컵 신드롬'에 스스로도 매우 놀라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번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제도와 권위에 억눌려 있던 적지않은 '여성주의 정책'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하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성부가 올해로 7회를 맞는 여성주간(7월 1-7일) 행사의 모토를 '세상을 바꾸는 여성의 힘'으로 삼은 것도 이같은 구상에서다. 월드컵의 열기를 여성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여성부 김태석 권익증진국장은 "월드컵이 여성들에게 잠재해 있던 힘을 분출할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했다"며 "이 힘을 결집해 국가경쟁력 강화에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월드컵 폐막을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여성 잠재력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잇기 위한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03-2007년)을 마련, 이런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복안을 내보였다. 그 10대 핵심과제는 호주제폐지 등 구태의연한 가족법 정비, 보육의 재정분담률확대(2002년 5%에서 2007년 35%), 여성발전기금 1천억원 조성, 공공기관의 여성채용목표제 도입 등이다. 월드컵에서처럼 거리로 뛰쳐나오는 여성들의 분출과 해방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엄마가 떠맡아온 보육을 국가가 돕고 여성의 성(性) 정체성을 왜곡하는 호주제가사라져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 등 여성주의 언론들도 월드컵에서 분출된 여성들의 집단 카타르시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여성들이야말로 확실한 '국가 유용자원'이란 사실을실감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월드컵 응원에서 여성들의 보여준 열기가 당장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여성계에는 엄존하고있다. 여성문화동인 '살류쥬'의 장정임(시인)씨는 "여성들이 넘어야 할 힘들고 중요한일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남성문화인 응원문화에서 보여준 여성들의 즐기기는 여성들의 '몰정치성'만 부채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무자각적인 응원문화의 향유가 오히려 남성집단주의에 매몰되는 덫이 되고 말것이라는 우려이다. 장씨는 여성들의 집단 분출이 "착각이고 마취"이며 "우리 것이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여성들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십분 활용하되 장정임씨 류의 부정적 입장도 적절히 담아낼 때 '월드컵 신드롬'은 즉자적 대응을 넘어 여성주의의 굳건한 토대로 자리매김될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