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3기 광역단체장에 듣는다] (1) 이명박 <서울시장>
민선 3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2일 일제히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민선 1-2기는 선거로 뽑힌 시장.도지사들이 지방경영을 하는 시험단계여서 민선단체장들의 높은 의욕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범했다.
임기 말에는 이권개입 등으로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도 지방자치가 뿌리내리는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주었다.
이제 3기부턴 지방자치가 '업그레이드' 되기를 시민들은 주문하고 있다.
3기 단체장들은 지역 전통산업의 구조조정이나 대도시 교통혼잡, 대기오염 개선 등 현안들에 대해 피부에 와닿는 대안과 실적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만큼 부담도 크고 각오와 비전도 전임자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서울특별시장과 부산 등 광역시장, 도지사들의 취임 인터뷰를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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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이 2일 제32대 시장으로 취임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소년소녀가장 및 환경미화원, 장애인, 택시기사 등 각계 인사와 시민 4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지난 날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한몫을 한 사람으로서 시민 여러분과 함께 '서울의 신화'를 창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앞으로 4년간의 시정방향으로 △21세기형 경영 마인드를 접목한 경영행정 △사람 중심의 시정 △강남.북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시정 △친환경적인 시정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시정 등 다섯가지를 꼽았다.
특히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시청앞 광장을 '시민광장'으로 개방하고 길거리 응원의 에너지를 승화시킬 수 있는 서울의 대표축제를 만들겠다"면서 "청계천 복원사업을 전담할 기구를 즉시 발족시키고 각계 전문가와 시민대표들이 참여하는 범시민 추진위원회도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식이 끝난 뒤 이 시장을 만났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선거 때 서울시민들이 저에게 기대하는게 많습디다.
전셋값 안정에서부터 보육시설 확충, 강남.북 균형개발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가난한 고학생으로 자란 저는 서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열심히 일하는 '서민 시장'이 되겠습니다."
-청계천 복원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전문가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곧바로 추진하겠습니다.
안전진단과 교통영향 등을 따진 뒤 1년 반에서 2년 후 확실히 공사에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임기중 무리하게 완성하겠다는건 아닙니다.
10∼20년 정도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계획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빨리할 수 있는데도 억지로 늦추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청계천 복원에 많은 기존 상인들이 불안해 합니다.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습니다.
선거 때 만나보니 상인들도 재개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복원 공사하면 장사가 안된다고 하는데 지금도 장사는 잘 안되고 있습니다.
물론 복원 과정에서 떠나는 사람도 있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공사 중에도 장사를 하게 하겠습니다.
공사기간도 1년반 정도로 얼마 안 걸릴 것입니다.
복원이 끝나면 미관은 물론 일류기업이 주변으로 올 것입니다.
청계천 복원에 찬반양론이 있겠지만 한국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합니다."
-선거과정에서 서울시청 용산 이전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얘기를 하신 것으로 압니다만.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시청을 이전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용산 미군기지가 언제 옮겨갈지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시청을 지금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고건 전 시장이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고 시장께서 착공하시길 바랐습니다만 역시 어려운 문제인가 봅니다.
우선 서초구 주민과 진지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규모나 보상문제에선 주민과 충분히 협의한 뒤 공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나 위치변경은 검토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
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시청앞 광장 조성 여론이 있습니다.
"월드컵 기간에 시민들이 차지했던 시청 앞 광장을 영구히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자동차에 빼앗겼던 시청 앞 광장을 시민들이 만나 담소하고 열정을 토로할 수 있는 '시민광장'으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전임 시장은 토요일마다 시민들과 만나 고충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 적어도 1주일에 하루는 시민들의 생활 현장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갖겠습니다."
-개포지구 주민들이 용적률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됐는데 시장이 이제와서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재건축은 법은 좋은데 사업성이 없어 집행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아파트 건축이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5년 후 집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주택공급 전략차원에서 매년 일정한 물량이 지어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대주택에서 평생 살면서 반납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하철 격역제(한역씩 건너뛰는 운행방식)는 언제쯤 할 것입니까.
"즉시 시행할 생각입니다.
우선 시 외곽에서 들어오는 지하철부터 격역제를 적용할 생각입니다.
한 구간 가려고 지하철 타는 사람들은 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만난 사람=김희영.주용석 기자 song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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