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우리의 자화상을 다시 그려보게 하는 많은 계기와 교훈을 남겼다. 경기는 물론 응원 손님맞이 등 모든 면에서 우리는 '언제나 기대는 못미치게 마련'이라는 과거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고 '신천지'를 개척했다. 이제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신화'는 생활의 일상에 정착돼야 한다. 월드컵에서 이룬 많은 성취들을 '일과성'으로 끝내지 않고 '신문화'로 정착시키자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 지난달 25일 월드컵 4강전 한국-독일전을 보러 서울 상암구장으로 간 독일인 보브카씨 부부. 이들은 구장에 가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유럽에서 훌리건 행패를 보아온 카멘 보브카씨(38.여)는 "한국팀이 지면 열렬팬들이 난동을 부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다면서 "독일이 이긴 후 붉은 악마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줄 때는 자신이 부끄러웠다"며 웃었다. 한국인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를 향해 마음을 활짝 열었다. 6월29일 한국-터키전이 끝난 후 양국 국기가 응원석을 뒤덮은데 대해 외신들은 '한국은 월드컵의 진정한 승자'라고 묘사했다. 월드컵자화상은 일제강점과 미군주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까지 겪으면서 지난 세기 1백년동안 쌓여온 '외세피해의식'과 '개방콤플렉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4.19세대도, 6.3세대도, 6월항쟁세대도 아닌 W세대(월드컵 세대:15~25세 붉은 악마 주력)가 해냈다. 이들이야말로 기성세대와는 '정서'와 '체질'이 전혀 다른 '신인'들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태일 연구위원은 "W세대의 특징은 강한 자신감과 밖으로 열린 마음"이라며 "폐쇄적인 애국주의나 피해의식 서린 민족주의에 별 관심이 없으며 세계시민으로서 모든 인류를 동등하게 사랑할수 있는 심성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한반도 '최초의 글로벌세대'이랄 수 있다. 이제 W세대가 시작한 '체질바꾸기'를 기성세대가 생활일상에 뿌리내려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밖으로부터 존경받는 한국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월드컵에서 외국인을 환대한 이면에는 외국인 근로자 학대문제가 엄존하고 있다. 고려대 현택수 교수는 "기성세대는 '내 집만 깨끗하면 되지 집밖은 무슨 상관이냐'는 변방적인 가치관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 최낙정 기획관리실장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중심)로 부상하기 위한 수도권경제특구나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같은 정부의 세계화전략도 결국 W세대가 월드컵에서 이끌어 낸 '오픈 마인드'를 우리 기성세대가 얼마나 생활화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