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30분쯤만 되면 나와서 몸을 풀길래 이제 경기장에 들어가나 싶어 지켜보면 결국 몸만 풀다 끝나곤 해 안타까웠어요. 팀이 잘돼서 좋지만 마지막 경기라도 뛰었으면 좋겠어요" 최태욱 선수의 아버지 최동안(52)씨는 6월 한달간 전국민을 들뜨게 한 월드컵열기의 뒤편에서 남모르게 속을 끓여야 했던 '후보선수' 아버지의 마음이 묻어났다. 같은 팀 동료들이 극적인 골을 성공시킨 뒤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골 세리머니를 펼칠 때면 벤치에서 뛰어나와 함께 축하해주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조용히 숙소로 돌아가야만 하는 '후보선수'들의 가족들은 3.4위전 출전만이라도 기원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윤정환 선수의 부인 이효영(30)씨는 매 경기때마다 아들 주석(5)군이 TV앞에서 "주석이가 보고 있는데 아빠는 왜 안나와?"라고 물을 때면 조용히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한다고 했다. "남편이 다른 선수들과 함께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땀흘린 걸 제가 알고 있다고,월드컵 4강도 몇몇 선수가 아니라 팀선수 모두가 함께 이뤄낸 결과니까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을 격려하던 이씨도 독일전부터는 경기장에 가는 대신 TV를 통해 한국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매번 기대를 품고 경기장에 갔지만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달리는 남편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다음달 초 시작되는 J리그 때문에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소속 세레소 오사카 팀으로 복귀해야 하는 남편이 최근 2년동안 하루도 휴일을 가져본 일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소속 팀에서 조기 복귀를 재촉하는 바람에 고향 광주에 인사를 다녀오려던 계획도 접었다. 최성용 선수의 동생 세용(23)씨는 "대표팀 선수들이 훌륭한 감독 밑에서 다들 잘하고 있으니 서운할 것 없다"며 씩씩하게 형의 파이팅을 기원했다. "기회가 주어지면 우리 형도 다른 선수들 못지 않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세용씨는 터키와의 경기 때는 등번호 3번이 달린 형의 유니폼을 입고 마산야구장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붉은악마'가 될 예정이다. 현영민 선수의 어머니 박정순(49)씨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기회도 많으니 괜찮다"면서도 "혹시라도 경기에서 뛰게 되면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했다"며 아들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가슴 속에 기대와 실망을 함께 가지고 있는 후보선수들의 가족들은 터키전이 열리는 시각, 경기장과 집, 그리고 길거리에서 마지막 파이팅을 외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