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히딩크 신드롬'에 편승해 즉흥적이고 경쟁적으로 '히딩크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히딩크 정신을 오히려 퇴색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월드컵 개최도시는 물론이고 히딩크 감독이 잠시 머물렀던 도시나 별 인연도 없는 도시들까지 나서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히딩크 이름을 딴 공원,도로 등이 봇물을 이룰 판국이다. 대구시 동구청의 경우 금호강 아양교 입구에 조성되는 공원의 이름을 '히딩크 동산'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원에는 히딩크의 흉상은 물론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www.gu.dong.daegu.kr) 자유게시판을 통해 "월드컵 경기가 열린 수성구청도 가만히 있는데 동구청이 그것도 월드컵 개막 전부터 공사를 해오던 공원에 느닷없이 '히딩크' 이름을 붙이려는 것은 인기 영합적인 행정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시내 도로 한 구간을 '히딩크로'로 개명키로 했고 광주 월드컵경기장의 이름을 히딩크 경기장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은 한반도 남쪽 땅끝마을인 송지면 땅끝 전망대에 히딩크 감독과 월드컵 전사 23명의 발도장과 소망을 기록한 '월드컵 영웅판'을 제작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예례동에 조성될 휴양형 주거단지에 '히딩크 하우스'를 건립해 히딩크 감독에게 제공키로 했고 8강전 때 한국팀이 묵었던 광주 프리마 콘티넨탈 호텔은 '히딩크 콘티넨탈 호텔'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국인이라도 훌륭하면 영웅 대접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전국 곳곳에 히딩크로,히딩크 동상 등이 생기는 것은 '난센스'일 뿐더러 히딩크 정신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회부 종합 so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