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고향마을'과 인천복지관 등에 영주귀국해 살고 있는 42명의 사할린동포들이 대한적십자사(총재 서영훈)가 추진하는 '사할린 가족ㆍ친지 방문 사업'에 따라 27일 사할린을 방문했다. 91세의 최고령자인 김악이 할머니를 비롯한 사할린동포들은 이날 오전 10시께인천국제공항을 떠나 3시간여만에 사할린공항에 도착, 마중나온 가족들과 감격의 상봉을 했다. 지난 98년 영주귀국해 안산에 살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할린을 방문한 강재성(83)노인은 "자식을 만나려고 손꼽아 기다리던 아내가 지난 1월 사망해 혼자 왔다"며 "함께 오지 못해 가슴이 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마중나온 딸 옥조(46)씨는 강씨를 보자마자 달려가 안기며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오열했고, 아들 길남(58)씨와 길환(51)씨도 엉켜 흐느껴 울어 장내를 숙연하게했다. 허리가 불편한 아내(74. 함기자)와 함께 2년만에 가족을 찾아온 박연동(74)씨는큰아들 용찬(43)씨를 붙들고 "엄마의 다친 허리가 갈수록 심해져 큰일났다"며 "앞으로 둘 다 아프면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말을 들은 용찬씨는 "가족 중 1명이라도 옆에서 부모님을 모실 수 있게 한국정부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한적 관계자들에게 호소했다. 몸이 불편한 남편 김영달(76)씨를 남겨둔 채 외아들 김형두(28)씨와 4촌 조카들을 만나러 온 남학자(60) 할머니가 "한 달 동안 사할린에서 텃밭도 일구고 청소도하며 가족들과 못다한 정을 나누겠다"고 방문 소감을 밝히자 아들은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말년을 보내야 되는데..,"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김악이 할머니를 마중나온 아들 오상식(74)씨는 "어머니가 건강해 보여 안심이된다"며 "어머니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죠"하며 어머니를 업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고향방문단을 맞은 박해룡 사할린주한인회장은 "지난해 1차 역방문 당시 영주귀국사업이 '제2의 이산'을 낳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양국 정부에 호소했는데 아직 대책이 없다"며 "가족 1명이 부모를 모실 수 있도록 하거나 가족들의 고국방문기회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사할린동포 지원사업 10년, 총괄적 평가와발전방향을 위한 토론회'에서 "앞으로 이 사업은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더 이상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었다. (사할린=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