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터키랑…." 그동안 터키 축구대표팀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왔던 군 당국과 서포터즈들이 한국과 터키간의 월드컵 3·4위전을 앞두고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양국간 과거 역사나 터키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감안할때 터키를 앞장서서 응원해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과 맞붙게 돼 응원열기가 예선전보다 못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특히 터키가 6·25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1만5천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데다 향후 10년간 10억달러 규모의 국산 K-9자주포(삼성테크윈 제작)를 수입할 예정이어서 고민의 골이 더욱 깊다. 10억달러는 단일 품목으로는 방산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국방부 관계자는 "터키-브라질전때 한국인 주심의 판정 시비로 터키주재 한국대사관에 폭파위협설이 나도는 등 터키인들 사이에 한때 반한 감정이 일기도 했었다"며 "다행히 국내 터키 서포터즈들의 열성적인 활동으로 이런 문제는 없어졌는데 혹시 이번 3·4위전 이후에 또 다시 양국의 관계가 서먹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붉은 악마의 응원도 양국 선수들이 선전할 때마다 모두 격려해 주는 등 성숙한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터키를 응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승패를 떠나 양국의 대표선수들이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멋진 경기를 전세계인에게 보여주길 바랄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터키간의 3·4위전이 부담스러운건 터키 서포터즈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터키 서포터즈에 공식 가입한 인원은 2천3백명 정도.여기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 등에 조직돼 있는 터키 응원단을 합칠 경우 이번 3·4위전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사람은 대략 1만명을 넘어선다는 게 터키 서포터즈 관계자의 말이다. 심상용 터키 서포터즈 사무총장은 "6·25에 참전한 형제국가를 응원해야 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서포터즈활동을 해왔는데 막상 우리나라와 붙게 되니 어떻게 응원계획을 잡아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3·4위전이 열리는 오는 29일 한 손에는 태극기,다른 한 손에는 터키국기를 들고 얼굴에는 태극무늬와 터키국기의 반달문양을 나란히 그려넣은 상태로 응원을 할 계획이다. 김수찬·안재석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