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천(Deuchen), 도이천." 한국과 독일전이 벌어진 25일 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주한 독일문화원 강당에 모인 30여명의 독일인들은 독일팀의 승리에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다. 같은 장소에서 "대∼한민국"을 연호하던 한국인 30여명은 한동안 허탈감에 빠져 멀티비전만 응시했다. 그러나 이내 평상심을 되찾고 결승에 오른 독일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한 독일인은 "독일과 한국 선수 모두 잘 싸웠지만 독일이 조금 더 잘했다"며 독일 국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기업가 독일어교사 회사원이 대부분인 주한 독일인들은 독일문화원은 물론 이태원 독일호프집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단체 응원에 나서 조국의 선전을 갈망했다. 특히 주한 독일문화원은 대형 멀티비전과 함께 캔맥주 6백개를 준비해 응원 분위기를 돋웠다. 우벨 쉬멜더 독일문화원장은 "양국 선수들의 페어플레이를 볼 수 있어 좋았다"며 "독일이 이겼지만 양국은 모두 챔피언이고 또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태원의 독일 주점에 모여 경기를 관람한 독일인들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오늘은 독일 최고의 날"이라며 외쳤다. 독일인 악셀 베르취씨는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며 "열심히 뛴 한국 선수들과 국민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독일인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독일팀 응원에 나섰다. 유치원부터 중학생까지 82명이 재학중인 이 학교 학생들중 일부는 체육교사인 헬무트 보브카씨(44)와 함께 이날 상암경기장을 찾아 독일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한국전이 열릴 때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붉은 악마'로 변했던 일부 독일 학생들은 이날만은 붉은 옷을 사양했다. 쏘냐 마이어양(15)은 "한국이 나의 조국과 맞섰기 때문에 붉은 티셔츠를 입을 수 없었다"며 "열렬히 독일팀을 응원했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