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4강에 진출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국전쟁 52주년인 25일에 월드컵 4강전 한국-독일전이 열리자 행사를 준비한 한국전 관련단체들이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이 4강전에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래전부터 준비한 각종 6·25 기념행사가 월드컵에 가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는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기로 했던 '2002 한국전쟁 피학살자 유족 증언대회'를 다음달 4일로 연기하기로 지난 주말 긴급 결정했다. 전국 60여개 양민학살 관련단체 등이 참가하는 이날 행사에서는 충북 노근리의 미군학살사건 등에 대한 증언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범국민위원회 관계자는 대회를 연기한 이유에 대해 "한국-독일전과 겹쳐 행사장에 유족들만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도 한국전 관련행사를 일부 바꿨다. 기념식은 25일 열리지만 매년 기념식 직후 가졌던 '참전용사 위로연'은 하루 앞당겨 24일 열었다. 초청 인원도 작년까지는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 및 향군회원 등 7천명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3천명으로 대폭 줄였다. 재향군인회 안상원 홍보부장은 "무르익은 월드컵 열기를 고려해 대대적인 장외 행사는 가급적 줄였다"며 "월드컵 열기가 호국열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