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파죽지세'로 우승후보들을 연거푸 누르며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기까지 온 국민이 하나가 된 열성적인 거리응원이 큰힘이 됐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런 거리응원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고된 격무도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숨은 일꾼들의 귀한 땀이 배어 있다. 응원인파 정리와 경비 업무를 전담한 경찰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거리응원이 이어지면서 전국의 많은 경찰들이 쏟아지는 경비수요로 월드컵 개막전부터 휴일을 잊고 지내왔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규모 응원단이 몰리는 시청과 광화문, 상암동 평화의 공원 등과 환호하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신촌, 강남역 일대를 관할하는 경찰은 한국전이 열릴 때마다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승리의 환희로 자제력을 잃은 응원 인파가 자칫 `훌리건'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폴란드전 당시 전국 응원의 거리 주변에 배치된 1만여명 경찰력이 10일 미국전을 기점으로 급증,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 때에는 234개 중대 2만8천여명까지 늘었고 비상대기 인력도 이에 비례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31일에는 제주도에서 한 경찰관이 월드컵과 지방선거 업무로 수일간 철야근무를 하다 과로로 쓰러져 숨지는 일까지 있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간부는 "월드컵 개막이후 제대로 휴일을 쉬어 본 일이 없고 한국전 전날과 당일은 현장에 나간 경찰 모두가 응원인파 통제에 거의 녹초가 된다"며 "2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4강전이 솔찍히 두렵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그러나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치지만 연일 계속된 한국팀의 선전과 지금까지 큰 사건, 사고 없이 거리응원이 진행됐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19 구조대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 때마다 전국에서 필수요원을 제외하고 행정요원들까지 총동원돼 1만여명의 소방인력이 700여대의 구급구조장비와 함께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곳곳에 배치돼 응급구조에 나섰고 최대 거리응원 인파가 몰린 서울에서만 2천여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특히 22일 스페인전이 30도에 육박하는 더위속에 벌어지면서 응원에 나선 많은 시민들이 일사병과 탈진 등으로 쓰러지면서 119 구급대원들은 하루종일 응급환자를을 돌보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빠쁜 시간을 보냈다. 상암동 평화의 공원을 관할하는 마포소방소측은 "한국팀 경기가 벌어지면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가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응급환자를 돌보느라 대부분이 밤을 지세운다"며 "그러나 승전보들 들으면 고단함도 잊게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많은 거리응원 인파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 남은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들도 숨은 일꾼 가운데 하나다. 많은 시민들이 경기가 끝난 뒤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가져 가거나 한곳에 모아두기는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역시 만만치 않은 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탈리아전이 열린 지난 18일 하루동안 서울 도심의 거리원전에서 나온 쓰레기양은 모두 267t으로 종로구와 중구의 하루평균 쓰레기양과 맞먹는 수치였다. 광화문에서 만난 한 환경미화원은 "평소보다 힘들지만 한국팀의 승리만 계속된다면 이까짓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오히려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