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그대로 `하느님이 보우(保佑)'하였다.그리고 `우리 나라 만세'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요, 차마 안기 힘든 감격이었다. 22일 광주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혈투의 120분. 이어지는 페널티킥 승부. 한반도는 숨이 컥컥 막혔다. 듬직한 골키퍼 이운재의 그림같은 선방. 그리고 골네트를 시원스럽게 가르는 홍명보의 한방. 운명의 신은 한국의 손을 힘껏 들어주었다. 이날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는 신의 조화를 떠올리지 않고는 도저히 납득할 수없었다. 나흘을 쉬고 다시 결전에 임한 태극전사들. 엿새를 휴식한 스페인 선수들보다 몸이 천근처럼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쉴새없이 퍼부어지는 스페인의 맹공. 그러나 결정적 순간마다 그들의 볼은 간발의 차로 빗나갔다. 골대를 맞고, 크로스바를 아슬아슬 넘고ㆍㆍㆍ. 이렇게 고비를넘기를 몇 차례. 승리의 신은 드디어 한국에 화사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우리 국민은 4천800만이 한덩어리로 뭉쳤다. 그리고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붉은악마의 붉은 셔츠는 말 그대로 `국민복'이었다. 월드컵 첫승에 목말라 하던 것이 고작 한 달 전이었다. 뚜껑을 연 뒤 우리는 사흘이 멀다 하고 기적을 연출하는 한국팀의 선전에 놀라고 또 놀랐다. 폴란드를 꺾고,미국과 비기고, 포르투갈을 제압했다. 그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질풍노도였다. 이탈리아는 8강으로 가는 교두보이자 희생양일뿐이었다. 그리고 피를 말리는 대승부 끝에 스페인에게 패배의 쓴잔을 안겼다. 기적은 또다른 기적을 낳았고, 신화는 또다른 신화를 낳았다. 한국은 마치 신 들린 나라와도 같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경기에 앞서 실토했다. "한국은 폭주기관차다. 나조차 우리팀을 막을 수 없다'고. 운명은 이미 인간을 떠나 신의 영역에 있었던 것이다. 세계는 월드컵의 최대 이변으로 한국의 연전연승을 꼽기에 바쁘다. 신의 시나리오는 누구도 어쩔 수 없었다. 행운만으로 기적과 신화는 엮어지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과 치밀한 전략의 결과였다. 그리고 뜨거운 국민열망의 보답이었다.여기에 지극정성이 하늘에 닿아 우리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한 오늘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제 당당한 세계4강이다. 앞에는 전차군단 독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 군단을 격파한다면 생각만 해도 현기증나는 결승전 진출이다. 우리 선수들은 그동안 너무잘 싸워줬다. 막힘없는 행운의 기세가 25일 서울 상암경기장으로 이어지길 간절히기대한다. 그리고 개막식을 치렀던 우리 나라가 일본 요코하마에서 폐막식까지 장식하는 순간이 오기를 꿈꿔본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