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 우리 사회의 키워드로 자리잡은 '붉은 악마', '길거리 응원' 그리고 '히딩크식 리더십' 등이 시민운동 단체들에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시민운동 단체들은 `붉은 악마'와 길거리 응원으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열기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이를 시민운동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모색해 온 시민단체들은 무엇이 수많은 시민을 스스로 거리로 나오도록 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정창수 팀장은 "이전에는 우리 사회에서 자발적 참여문화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번 길거리 응원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며 "`붉은 악마'에서 나타나듯 계기가 주어지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지금까지 좋은 뜻을 가지면 대중은 당연히 지지할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를 가지지 않았나 그리고 우리의 운동방식이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계몽적이어서 시민들과 괴리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며 "월드컵을 통해 대중과 호흡해야할 시민운동의 운동방식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의 김타균 정책실장도 "엄청난 인파가 자발적으로 모여 전개한 길거리응원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며 "길거리 응원에서 나타나듯, 이제 엄숙한 분위기의 운동에는 한계가 있으며 감동, 오락, 재미를 가미한 운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이 모자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번 길거리 응원을 통해 폭발적으로표출된 우리 젊은세대들의 에너지와 결집력을 시민운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시민운동 관계자들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이와 관련, 월드컵 기간 활동가들로 하여금 축구경기를 관전하고 응원에 함께 참여하게 한 뒤, `붉은 악마'와 길거리 응원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히딩크 감독이 가져온 한국축국의 발전이 시민운동에 줄 수 있는 교훈과 메시지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문화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길거리 응원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시민운동 단체들에 모든 운동은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며 "시민운동이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함께하는 운동,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운동을 위한 방법을 개발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맡으면서 비단 축구계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고질적 질병이던 학연, 지연, 불필요한 선후배 관계 등을 배척한 것처럼 시민운동에서도 존재하는 수직적 의사소통과 불필요한 위계질서 등 고질적 문제들에 대한 과감한 개선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길거리 응원에서 비쳐진 모습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경실련 고계현 정책실장은 "길거리 응원에 참여하는 대부분은 10대~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이들이 주축이 된 지금의 현상은 세대의 특징인 연성문화의 표출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응원이라는 부담없는 주제를 통해 표출되는 열광을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쉽게 단정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 실장은 "그러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시민운동 단체들이 이같은 잠재성을 시민운동으로 옮겨올 수 있도록 다양한 의제를 개발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