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지난달 16일 서울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34일 만인 19일 2남 홍업씨가 검찰에 소환됐다. 짙은색 양복에 줄무늬 넥타이 차림의 홍업씨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유제인 변호사와 함께 대검청사 1층 로비에 들어섰지만 얼굴이 붉게 상기될 정도로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홍업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요"라고 말했다. ◆뭘 조사받나=검찰은 홍업씨를 상대로 △직접 또는 김성환 이거성 유진걸씨 등 이른바 '측근 3인방'을 통해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의 정확한 규모와 경위 △기업체의 청탁을 받고 관계 기관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김성환씨,김병호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 등을 통해 28억원을 세탁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홍업씨가 '측근 3인방'을 통해 기업체 돈 20억여원을 건네받고,실명계좌에 기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2억∼3억원을 직접 입금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홍업씨가 측근들을 통해 관리해온 수십억원 비자금의 정확한 출처와 사용처,대선 잔여금 포함 여부 등도 추궁하는 한편 김 전 아태재단 실장이 작성한 '국정원 5억' 메모 등과 관련,국정원과의 돈 거래 의혹도 조사키로 했다. ◆사법처리 전망=검찰은 홍업씨가 각종 청탁 등의 대가로 기업체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르면 20일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검찰은 이날 "홍업씨의 알선수재 여부를 조사해 신병처리를 우선 결정한 뒤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하나하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홍업씨가 직접 돈을 받았는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라며 "측근들이 돈 받은 것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청탁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 최소한 알선수재 공범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사법처리에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홍업씨가 기업체 등으로부터 수수한 자금 중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 돈에 대해선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후진·이상열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