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팀 '12번째 선수'로 불리며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는 붉은악마. 지난해초 1만명에 불과하던 회원수가 20만명을 넘어서자 몸값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붉은악마와 줄을 대기 위한 각종 후원 제의도 물밀듯이 밀려들고 있다. 붉은악마가 '마케팅의 축'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 큰 돈 벌었나 TV광고 출연을 계기로 '돈을 쓸어담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추측에서부터 '1백억원이 넘는 수입을 챙겼다'는 그럴듯한 얘기까지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붉은악마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도 은근히 '그 많은 돈 어디에 썼을까'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붉은악마는 이같은 소문에 대해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의 예상처럼 큰 돈을 벌지도 않았고 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붉은악마 사무국은 "회원들의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상업성으로 물들까봐 돈과 관련된 일은 가능하면 벌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손익계산서 붉은악마측은 "지금까지 10억4천만원을 벌어 2억8천만원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수입은 4개 대기업과 공동행사를 하면서 받은 후원금이 대부분이다. 후원금은 현대자동차가 3억3천만원으로 가장 많으며 외환카드와 SK텔레콤이 각각 3억원, 동양제과가 1억1천만원을 냈다. 하지만 이 후원금에서 이벤트 진행 비용을 뺀 붉은악마의 실수입은 4억2천4백만원에 그쳤다. 이중 1억4천5백만원은 윤도현 신해철 안치환 등이 참여해 지난 4월 선보인 붉은악마 공식음반 제작에 쓰였다. 또 홈페이지 구축에 5천만원, 가이드북 제작, 콘서트, 대형 태극기, 카드섹션 등을 준비하는데 5천만원이 들어가 현재 1억8천만원이 적립돼 있다. 동양제과 후원금중 어음(7월31일 만기)으로 받은 1억원이 들어오면 잔고는 2억8천만원이 된다. ◆ 수익사업 거의 없어 후원금 외에 자체 제작한 CD와 머플러 판매 수입이 있다. 5천원에 파는 CD는 택배비를 제외하면 장당 5백원이 남지만 판매량이 미미하다. 머플러 역시 원가에 판매돼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월드컵 이전에는 축구협회로부터 2만원짜리 입장권을 절반값인 1만원에 받아 1만3천원 정도에 회원들에게 팔아 약간의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도 경기당일 회원을 실어나르는 버스 대절비나 티켓판매직원 인건비를 제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월드컵표는 원가대로 팔고 있어 이문이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수익사업이 거의 없는 셈이다. ◆ 사무국 해체도 고려 붉은악마는 월드컵이 끝나면 잔고 2억8천만원중 1억5천만원 정도가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돈도 내년초 쯤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무국에 상근인력이 한명도 없는 비영리법인이지만 전국 4곳 지부를 포함해 기본운영비만 월 5백만원 정도 필요하다. 회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돈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당장 올해 부산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예선전 응원도 큰 행사다.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후원기업을 찾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순수 동호회로 출발한 정신을 살려 기업 후원은 사양한다는 원칙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신동민 미디어팀장(30)은 "국민들의 응원문화가 성숙해진 만큼 붉은악마 사무국을 아예 해체하거나 효율성에 중점을 둬 NGO(비정부단체)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월드컵 후 진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