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차기 서울시장, 손학규 차기 경기도지사, 안상수 차기 인천시장 등 한나라당이 석권한 수도권 3개 광역 자치단체장들이 외국인 투자유치, 택지개발, 산업용지 공급 등 핵심 수도권 정책을 놓고 현정부 정책과는 다른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여 정부와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핵심 공약 중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폐지 추진을 비롯해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등 중앙 부처의 정책 기조와 정면 충돌하는게 적지 않다. 지금까지도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부처 간에 이견이 있었지만 현 고건 서울시장, 임창열 경기지사, 최기선 인천시장 등이 민주당 및 범여권이어서 '충돌'까지 가지 않았지만 다음달 차기 단체장들이 취임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 건교부 등과 정책 기조부터 달라 =현 정부는 서해안 시대 등을 내세워 수도권 집중을 가능한 억제하는 대신 외국인 전용공단 지방 유치, 지방 이전 업체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에 어느 정권보다 역점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차기 수도권 단체장들의 시각은 기업이나 공장을 수도권에서 내쫓으면 지방으로 가기는커녕 중국 등으로 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경제 실리와 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서울~인천~경기도' 지역이 IT(정보기술)를 비롯한 신산업 촉진 여건(인프라)이나 관련 산업간 네트워크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억제하기보다는 더욱 수준 높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수도권 정책 대개편 시도 =손학규 경기지사 당선자는 건교부가 관장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보고 아예 없애거나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 당선자는 "몇 년 전 미국의 페어차일드나 코닝,덴마크의 레고그룹 등이 각각 2억∼3억달러를 경기도에 투자하려고 나섰다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경직된 입지 규제로 포기한 것은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인 명분을 쫓다가 실리를 놓쳐 버린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규제를 푸는 대신 이 지역에서 더 걷히는 세금으로 비수도권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는게 균형 개발의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 조세정책도 마찰 예고 ="등록세와 취득세 등 지자체 세원에 대해 중앙 정부가 각종 감면제도를 함부로 도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손 당선자의 정책 방향도 조세권을 쥔 중앙 정부와 마찰이 불가피한 부분이다. 그는 또 "법인세와 부가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 재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해 정부를 당황케 하고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 당선자는 인천공항 배후지역인 서북부 매립지를 국제금융과 첨단 레저파크, 화훼수출의 핵심 기지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 택지개발을 우선 추진하려는 중앙 정부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 내부 갈등 가능성 =이명박 서울시장 당선자는 오는 2008년까지 임대주택 1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서울시의 기존 계획을 뜯어고쳐 2년을 앞당기고 오는 2011년까지 서울 밖의 수도권에 10만가구분의 임대주택 부지를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이 경우 수도권 택지개발을 놓고 서울시, 경기도, 건교부가 다투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도 적지 않다. 박정수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선자의 소속 정당과 성향 등을 고려하면 독자적인 정책 추진으로 중앙 정부와의 긴장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논란을 수렴해 한 단계 높은 정책으로 발돋움시키는 선순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영.유병연.주용석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