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난치병이며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번져 나가는 전염병과 같은 것이다.' 최근 세계비만학회 주최로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비만에 대한 21세기 도전' 심포지엄에 참석한 비만전문가들은 전세계 인구의 20% 가량인 12억명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에 걸려 있고 이중 3억명 가량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비만환자라고 강조했다. 비만은 어떻게 하면 막을수 있는가. 비만의 최신 치료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비만에 대해 알아본다. 비만은 성인병의 시초 =비만이 질병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단지 보기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중 등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거나 이들 성인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비만과 가장 관련깊은 성인병은 제2형(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2형 당뇨병 환자의 80∼90%가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는 2형 당뇨환자의 30% 가량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생활양식의 서구화로 점차 비만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비만한 사람은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돼도 세포에서 인슐린의 효과를 수용하지 않는 경향(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기 때문에 체중을 감량하지 않고는 당뇨병을 개선시킬 수 없다.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심장관상동맥질환 등의 심혈관질환도 비만과 밀접하다. 과체중인 고혈압환자는 정상체중인 고혈압환자의 3배나 된다. 또 과체중인 사람은 정상체중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2∼3배 높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담낭질환 호흡기질환 관절염의 발병률을 높인다. 암도 예외는 아니어서 암 발병요인 가운데 비만은 6%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며 암 중에서도 위암 췌장암 갑상선암 유방암 자궁암 전립선암 대장암 직장암의 발병률을 높인다. 이밖에 비만은 지방간 담석증 간경화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살을 빼야 성인병이 치료된다 =비만한 사람이 체중을 5∼10%만 감량하면 혈압과 혈중콜레스테롤치는 안정권으로 정상화되고 각종 성인병의 발병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게 비만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다. 오스트리아의 칼 프란젠스대 헤르만 토플랙 교수는 BMI가 30∼43인 남녀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제니칼 복용효과를 분석한 결과 복용 한달만에 4㎏, 1년후에는 평균 11.6㎏ 체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용 3개월 후에는 자기체중의 5%(약 5㎏)가 줄어들었다. 이밖에도 이번 연구에 참가한 비만환자들은 허리둘레가 1년만에 평균 10.8㎝ 가량 감소했고 이중 고혈압인 사람들은 확장기(낮은 혈압) 혈압과 수축기 혈압(높은 혈압)이 각각 평균 18.1㎜Hg와 9.9㎜Hg씩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만환자들의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은 평균 10.7% 정도 감소됐고 총 콜레스테롤 수치도 평균 6.8% 낮아졌다. 토플랙 교수는 "이런 효과로 볼 때 제니칼이 효과적인 비만치료제이자 성인병 예방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비야(스페인)=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