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 골다공증 치료제인 '아렌드정' 시판을 앞두고 환인제약 김긍림 사장은 황급히 법무법인 KCL 김영철 변호사(47)를 찾았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미국의 M사가 아렌드정의 원료로 쓰인 '알렌드론산 일나트륨염 삼수화물'에 대한 물질특허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물질특허란 기존 기술을 크게 능가하는 기술을 개발한 자가 이 기술을 이용해 생산된 최종 물질에 대해 행사할수 있는 포괄적인 특허권. M사가 물질특허권을 갖고 있는 만큼 환인제약의 특허권 침해가 꼼짝없이 인정될 판이었다.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미국에선 물질특허를 못 받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받았더라고요. 이 물질의 근원이 되는 선행 기술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지요." 그는 4개월동안 국내외 자료를 추적한 끝에 근원 물질을 찾아냈다. 오래전 미국에서 물질특허를 받은 '알렌드론산염'이 바로 그것이었다. "알렌드론산염이 이미 물질특허를 받았기 때문에 신규성과 독창성이 떨어지는 알렌드론산 일나트륨염 삼수화물에 대해 M사가 현지에서 특허 신청조차 안했던 겁니다. 그런데도 M사는 한국에 물질특허를 신청했고 전후 사정을 몰랐던 한국 특허청은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죠." 결국 99년 1월 법원은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김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고 그해 11월 M사는 항소를 취하했다. 한국의 중소업체가 세계적인 제약업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다. 서울 법대(74학번)와 사법시험(22회)을 거친 김 변호사는 지난 84년부터 지식재산권 분야를 파고든 베테랑. 87년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서울대 전자공학과에 학사편입했다. 90년 김&장을 떠난 김 변호사는 지재권에 무방비로 놓여 있는 중소기업들이 특허를 출원하거나 소송에 시달릴때 도움을 줬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