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붉은색 옷을 입고 '태극전사'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자. "그래서 4천500만이 하나되는 '감동의 날'을 다시 한번 만들자." 월드컵 축구대회 한국과 미국전이 열리는 10일 달구벌은 승리에 대한 의지와 기대, 설램과 흥분이 넘쳐흘렀다. 그 열기가 한 여름 `찜통더위' 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민들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대구에서 폴란드를 꺾고 월드컵 첫 승리를 안긴 '부산대첩'의 감동을 잇는 '큰 잔치'가 열리길 간절히 기원했다. 시내 곳곳에는 아침부터 월드컵 16강 진출을 바라는 붉은 물결이 출렁이고 길거리 응원장은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직장인과 학생, 주부 모든 시민이 부푼 가슴으로 한.미전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있. 또 붉은 악마를 비롯한 전국의 축구팬들이 속속 몰려들면서 분지인 달구벌을 더욱 달궜다. ▲16강이란 `역사의 날'을 = 한.미전 날인 10일 대구는 아침부터 무덥다. 오전11시 기온이 섭씨 27도를 넘나든다.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31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잔치 준비를 끝낸 시민들은 반드시 16강 진출을 결정지어 모든 국민이 하나되길 무더위만큼 뜨겁게 염원했다. 그러면서 질서 응원과 민주적인 시민의식 발휘로 `정정당당 코리아'를 세계에보여 주자고 다짐했다. 더구나 시민들은 우리 팀이 실력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포르투갈을 이긴 미국도격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면서 멋진 경기로 감격의 드라마를 연출해 주기를 희망했다. 회사원 이상순(33.대구시 달서구)씨는 "경기장에는 직접 못가지만 국채보상공원에서 태극전사들이 미국을 꺾어 온 국민의 소망인 16강에 올라가도록 목청껏 응원하겠다"며 "10일은 대구가 한국 축구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응원 열기 =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함성이 경기장은 물론 대구 전역을뒤흔든다.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오전 11시 현재 2만명이 몰렸다. 응원 준비를 마친 대구 `붉은 악마'들도 출정식을 열었다. 필승을 기원하는 대구시민 500여명의 사인이 담긴 `천하통일 대한민국'이란 가로 16m, 세로 3m짜리대형 현수막을 월드컵 경기장에 설치했다. 이들 중 1천여명은 경기장에서 붉은 악마 응원 역사상 처음으로 운동장 1,2층 전체를 뒤덮을 수 있는 대형 태극기를 선보이며 승리의 함성을 결집한다. 전국의 붉은 악마들은 낮 12시 대구경기장 인근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에 모인뒤 운동장까지 필승을 기원하는 거리 행진을 펼쳤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 부회장 김종훈(23.대구카톨릭대 4년)씨는 "시민들과 함께첫 승을 올린 부산의 열기와 함성이 달구벌에 이어져 승리의 밑바탕이 되도록 하겠다"며 "우리의 뜨거운 열정으로 16강 진출을 일궈 내겠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 회원 등 부산시민 1천여명은 부산에서 월드컵 첫승의 기운을 대구에전달하기 위해 `부산의 승리를 대구서 다시 한 번' 등의 플래카드가 붙은 대형버스17대에 나눠타고 오전에 부산을 떠났다. 길거리 응원장도 온통 붉은 색 물결이 넘실거리고 `대-한민국'이란 함성이 메아리치고 있다. 대구시는 경기장에 가는 입장객에게 2만여장의 붉은 옷을 나눠주었고 10일을 `붉은 옷 입는 날'로 정한 대구지역 136개 시민단체와 기관으로 구성된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는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붉은 옷 입기를 권했다. 대형 전광판이 있는 시민운동장 야구장을 비롯해 두류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대구전시컨벤션센터 등에도 4만여명이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미전을 보며응원에 나선다. 국채보상공원에는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열성 축구팬들이 몰리기 시작, 오전 11시 현재 3천여명으로 늘었고 이들은 북과 꽹과리 등을 치며 필승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시내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에는 아침부터 `대-한민국'연호가 울려퍼졌고 많은상인들은 붉은 옷을 입었으며 수성구 들안길 등 주요 음식점 거리마다 '16강 확정때 소주.음료수 무료'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 등이 내걸렸다. ▲대구는 임시 공휴일 = 10일 대구는 학교와 회사, 관공서 등의 월드컵 응원과열기로 임시 공휴일이다. 초.중.고 256곳이 단축 수업이나 휴업을 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 학생들은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등교했다. 대학들도 공동 응원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후끈 달았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날 휴강을 하거나 기말고사를 연기했고 `필승 코리아, 16강 진출'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캠퍼스 곳곳에 나붙었다. 영남대생 1만여명은 노천강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응원에 나섰고 경북대생2천여명도 전자계산소 세미나실에 아침부터 모여서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붉은 악마와 자원봉사 대학생들은 일찌감치 월드컵경기장에 집결했고 다른 축구팬 학생들은 아침부터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으로 발길을 향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체가 휴무를 하거나 직원들에게 경기시간에는 TV를 보도록해 대구 전역이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다. 직장인들은 모두가 흥분과 기대로 오전인데도 일손을 잡지 못했다. 성서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평화발레오㈜ 직원 400여명은 노.사합의에 따라 회사 강당에 모여 100인치 프로젝트 TV로 경기를 보면서 감동의 드라마를기대했다. ▲달구벌로, 달구벌로 = 붉은 악마 회원 등 5천여명이 지난 9일 도착한데 이어10일에도 전국에서 축구팬들이 달구벌로 속속 집결하면서 월드컵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동대구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에도 붉은 색깔의 옷을 입고 대구에 온 축구팬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일부는 열차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또 10일에도 한.미전 입장권을 구하려는 축구팬들의 아우성은 이어졌다. 지난 8일부터 대구월드컵 경기장 매표소 앞에서 잔여 입장권(7천여장)을 사려고진을 친 축구팬 1만여명은 10일 오전 6시에 표 판매가 시작되자 표 구하기 전쟁을벌였다. 이들은 섭씨 30도가 넘는 한여름 땡볕 아래서 9일 낮을 보낸 뒤 밤에는 침낭과침대겸용 의자, 천막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표를 구한 축구팬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사지 못한 사람들도 `대-한민국'을 외치는 등 즉석 응원전을 벌여 승리를 기원하는 `한 마음'을 이뤘다. 2박3일 노숙끝에 표를 구한 박정철(23.영남대 4년)씨는 "한국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역사의 현장에 있을 수 있어 대단히 기쁘다"면서 "고생한 만큼 우리 선수들이 반드시 이기도록 `필승 코리아'를 외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월드컵안전대책통제본부는 전국에서 온 1만여명의 경찰병력을 대구시내 곳곳에 두고 검문을 강화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고 대구시도 `안전 월드컵'을위해 분주했다. 특히 경찰은 최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미 분위기가 경기결과에 따라 시위로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구경기장 안팎과 길거리 응원 장소, 미국관련 주요 시설 등에 대한 특별경비에 나섰다. (대구=연합뉴스) 김효중.문성규.이강일.김용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