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5백만이 하나됨을 달구벌에서 재현하자." 한국-미국전을 하루 앞둔 9일 대구는 월드컵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붉은 물결이 출렁이며 흥분과 기대가 넘치고 있다. 유명한 '찜통 더위'에 월드컵 열기가 더해져 대구는 가마솥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대구 월드컵경기장 매표소 앞에는 한-미전 입장권을 사려는 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8일 오후부터 몰려든 열성 축구팬 5백여명은 텐트와 천막 자동차 등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들과 9일 대기 행렬에 새로 합류한 수천명의 열성팬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한국의 미국전 승리를 기원하며 입장권 파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 행렬에 외국인 50여명도 합류했다. 대구 월드컵조직위와 대구시 월드컵지원반에도 남는 표가 있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쇄도해 직원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 대구 붉은 악마들은 '천하통일 대한민국'이 적힌 가로 16m, 세로 3m짜리 대형 현수막을 월드컵 경기장에 설치하는 등 마무리 응원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붉은 악마 응원 역사상 처음으로 운동장 1,2층 전체를 뒤덮을 수 있는 대형 태극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국의 붉은 악마들은 10일 낮 12시 대구 월드컵경기장 인근 대구 자연과학고에 모여 운동장까지 필승을 기원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기로 했다. 동성로 잔치 마지막 날인 9일 중구 동성로에는 붉은색 패션과 '대∼한민국'이라는 응원가가 넘실거렸고 술집과 음식점마다 대형 TV를 준비하는 등 분위기가 고조됐다. 대구시도 입장객들에게 붉은 티셔츠 2만장을 무료로 나눠 주는 등 경기장을 온통 붉은색 물결로 넘실거리도록 할 계획이다. 또 경기장에 못가는 시민들을 위해 시민운동장 야구장과 두류공원, 국채보상공원, 대구 전시컨벤션센터 등에 4만여명이 모여 한-미전을 볼 수 있도록 대형 전광판이 마련됐다. 대구지역 1백36개 시민단체가 모인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는 10일을 '붉은 옷 입는 날'로 정하고 회원과 시민들을 상대로 붉은 티셔츠 입기 운동을 펼쳤다. 이같은 열기로 대구지역에는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색종이, 응원타월, 태극기 등 응원 소품이 불티나게 팔려 동이 났다. 한-미전이 열리는 10일 대구지역 상당수 학교와 기업체가 휴업하거나 TV를 보도록 배려해 대구 전체가 잔치 마당이 될 전망이다. 한국델파이를 비롯 달성공단 입주 업체의 60∼70%가 경기 당일 휴무하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키로 했으며 대구 염색공단의 10여개 업체도 휴무하기로 했다. 대구 최대 백화점인 중구 대봉동 대백프라자는 휴무일을 바꿔 10일 하루 문을 닫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요일인 9일 대구 성서공단과 달성공단 등의 많은 기업체들은 결전의 날인 10일 휴무를 위해 직원들이 정상 출근해 일했다. 초.중.고 2백56곳이 한-미전 응원을 위해 10일 단축수업이나 휴업에 들어간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