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뒤틀린 애정관계뿐이어서 어린 자녀들과함께 TV드라마 보기가 겁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 소재의 TV 드라마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여교사와 제자간의 사랑, 중년 유부남의 불륜행각, 이복 남매간의 사랑 등 비정상적인 애정관계를 다룬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방송을 타고 있다. 그동안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지적이 방송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나 시청률지상주의가 뿌리깊은 방송풍토로인해 좀처럼 시정되지 않고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로망스」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TV드라마의 선정주의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신참 여교사와 고교생 제자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이 드라마는 방송전부터 이색 소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으나 결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로부터 교권을 실추시켰다는 집단 항의를 불러오는 등 물의를 빚고있다. 최근 방영분을 보더라도 이 드라마에서 그리는 교육 현장과 교사상은 현실과 유리돼 있다. 남학생 제자와 사랑에 빠진 국어교사 채원(김하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후그녀가 복도를 걸어가자 학생들이 창문 앞에 몰려들어 수군거린다. "소문 사실이에요? 세상에, 선생두 아니야" 이어 채원에게 이어지는 계란 세례. "저런 부도덕하고비윤리적인 여잘, 내 스승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한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그런 선생 밑에서 내 자식을 배우게 할 수 없다"며채원의 파면을 요구한다. 극 중 그려지는 여교사 채원의 모습도 통상적인 `교사상'과는 동떨어져 있다.미성년자인 제자와 함께 여관에 투숙한 혐의로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에 끌려가는가하면 제자와 교실에서 버젓이 키스를 하기도 한다. Y고 교사 강모(여ㆍ28)씨는 "「로망스」가 방영된 이후 여선생님들에게 자신의감정을 표출하는 남학생이 부쩍 늘어 당혹스럽다"면서 "현실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우려를 표명했다. 또 다른 동료 교사는 "학생을 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교사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면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안수경 간사는 "드라마의 소재 자체를 문제삼는 시대는 지났다"고 전제하면서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중파 방송이라는 매체의특성상 장면을 묘사할 때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데, 여교사와 남자 제자가 교실에서 키스하는 장면 등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망스」의 제작진은 "내주부터 세월을 3년 건너뛰어 채원과 관우(김재원)가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면서 "선정성 시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막을 내린 MBC월화극「위기의 남자」가 부부간의 불륜과 `맞바람'을 자극적인 화면과 함께 방송해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는가 하면 역시 `불륜'을 다룬 KBS 월화극「거침없는 사랑」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SBS미니시리즈「나쁜 여자들」은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과 자신을 출세와 맞바꾼애인, 자신을 배반한 남자 친구를 각각 둔 세 명의 여자가 의기투합해 남자들에게복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사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과 제작진의 안일한 소재선택으로 인해 이런 비정상적인 애정물이 드라마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서 "방송사의 공적 책임감과 또 좋은 드라마를 만들려는 제작진의 고뇌가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