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월드컵 축구 한국-미국전을 앞두고 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경찰을 비롯 안전을 담당한 기관들은 주한 미국 기관이나 시설 등에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하느라 초비상이 걸렸다. 경남 진해의 한 유치원이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마라톤대회를 9일 갖는 것을 비롯 인천의 한 동사무소에서는 10일 하룻동안 민원서류를 무료로 발급하는 등 민·관·학이 똘똘 뭉쳐 한국의 2차전 필승 기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한-미전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인데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의 쇼트트랙 파문,FX사업에서의 F15 특혜 논란 등으로 일부의 반미 감정까지 작용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응원 열기가 자칫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광화문보다는 시청 앞으로 가세요'=서울시는 한국과 미국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0일 미국대사관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광화문 일대 경비를 두고 고심한 끝에 묘안으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키로 했다. 혹시라도 미국전에서 패하는 경우 뜻하지 않은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초 SK텔레콤측은 세종문화회관 앞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으나 이에 대해 경찰이 미국대사관 경비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서울시는 시청 앞으로 전광판 설치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서울시는 7일 "SK텔레콤 주관으로 소공동 프레지던트 호텔 옆 교통초소 앞 1곳과 프라자 호텔 앞 2곳 등 모두 3곳에 각각 가로 6?,세로 4? 크기의 대형 전광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기시작 시간인 오후 3시30분 이전부터 세종로와 태평로를 제외한 소공로와 을지로 등 시청 앞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의 교통이 통제된다. ◆임시열차 추가 운행=철도청은 미국 경기 관람객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10일 임시열차 4편(상·하행 각 2편)을 추가 운행키로 했다. 이번에 추가 운행키로 결정한 하행 임시열차는 오전 8시35분(무궁화호·7백20석)과 오전 9시20분(새마을호·5백40석) 각각 서울역을 출발해 낮 12시18분과 12시35분 대구역에 도착한다. 이로써 경기 당일 서울∼대구를 운행하는 임시열차는 전체 6편으로 늘어났다. ◆'지공(地空) 입체작전' 나선 경찰=경찰도 경기 당일 대구 경기장을 비롯해 미국대사관 등 미국 관련 시설과 광화문 네거리 '응원의 거리' 등에 대한 경계·경비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지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오노 사태' 등으로 확산된 '반미 감정'으로 우발적인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적극 막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당일 대구 경기장에 3개 중대를 배치,일제 수색을 실시하고 경찰특공대 44명,폭발물처리반(EOD) 6명,탐지견 6마리,폭발물 탐지 로봇 등이 총출동,'폭발물 차단'에 나설 예정이다. 또 미국 대표팀 숙소인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대구 숙소로 이동할 때는 공중에 경찰 헬기를 띄우고 무장 경찰 1개팀이 밀착 마크를 하는 한편 신변 보호대가 동승하는 등 '지공(地空) 입체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히딩크 구애작전='폭염 속의 달구벌 대첩 때 예상되는 체력 부진을 천기공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이 묶고 있는 경주 현대호텔에는 기발한 승리 전략을 히딩크 감독에게 '훈수'하겠다는 축구팬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박춘근 교수는 지난 6일 e메일을 통해 "한국 선수들이 문전 처리가 미숙한 이유는 선수의 눈길이 골키퍼에게 가 있기 때문"이라며 "상대방 골키퍼를 절대 보지 말고 골대 안의 빈 공간을 보고 슈팅하면 정확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료 민원 서비스하는 동사무소=국가대표 이천수 선수가 살고 있는 인천시 남동구 만수3동 사무소는 한-미전이 열리는 10일 하룻동안 주민등록 등·초본과 인감증명 등 각종 민원서류를 무료로 발급하는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만수3동 사무소에서 하루 평균 민원으로 접수하는 서류는 주민등록 등·초본 7백통,인감증명 1백50통 등으로 이에 따른 비용만 15만∼2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직원들의 성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경주=하인식·임상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