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등산화 만들기에 한평생을 바친 K2코리아㈜의 창업자 겸 대표이사 정동남(鄭東湳)씨가 지난 5일 오후 3시 10분 북한산에 오르는 도중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변을 당해 별세했다. 향년 63세. 정씨는 구두 수선공으로 출발해 30여년간을 오직 등산화 연구에만 매달려 K2코리아㈜라는 국내 굴지의 등산화 전문 브랜드를 일궈낸 주인공. 경기 가평의 농촌에서 태어난 정씨는 서른살 때 먹고 살기 위해 갓난아기를 업은 아내와 함께 무작정 상경했다가 '먹고 살기에는 구두수선공이 제일 낫다'는 주변의 충고로 서울 이문동 부근에 구두수선실을 냈다. 정씨는 내친김에 구두 만드는 법까지 배우자고 결심, 종로에 작은 제화점을 냈고 72년에는 등산화가 한국인의 발 형태에 맞지 않는 수입품과 미군 워커 일색인 점을 통탄하며 국산 등산화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국내에 들어온 등산화는 모조리 해부해 생전 "30년간 해체한 등산화만 3천켤레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던 그는 결국 국내 지형에 맞아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인 '오메가창'을 개발해내기에 이르렀다. 가내공업 수준이던 회사는 지난 77년 고상돈씨의 에베레스트 정복과 88년 서울올림픽 등을 계기로 성장을 거듭해 현재 직원 400여명에 연간 70만켤레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으로 자랐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성유순(58)씨와 아들 영훈(33)씨 등 2남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구 중앙병원) 영안실. 발인 8일 오전 7시. 빈소전화: 02)3010-2270.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