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끼리 서로 보듬어주며 모여 살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입니다." 6.25 전쟁으로 부상해 갈 곳 없는 동지들을 모아 집단촌을 설립,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상이용사가 오는 20일 국가보훈처가 수여하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상이용사 김삼근씨(67). 지난 64년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화랑용사촌의 터를 다지는데 가장 앞장섰던 김씨는 6일 "우리 화랑용사촌 식구들 모두가 훈장을 단 것으로 생각하겠다"고 기뻐했다. 경인선 건설이 한창이던 시절, 철길 옆 야산에서 천막 다섯동으로 출발했던 화랑용사촌은 현재 1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복지공장을 보유한 18가구의 보금자리가 됐다. "한쪽 다리와 손을 못쓰는 제가 그래도 제일 경상자에 속해요. 장애를 가진 우리를 사람들은 기피하기가 쉽죠. 하지만 이 곳에서는 같이 목욕도 하며 마음 놓고 삽니다." 김씨의 말에는 세파로 받은 상처가 서려 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50년 학도지원병으로 군에 입대해 51년 포천전투에서 왼쪽다리를 부상당한 김씨는 제대후 사회적 차별과 가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동지들을 모아 집을 짓고 공장을 만들었다. 공장이라고 해야 고작 수동 직물기계 몇대를 들여와 스웨터 몇장을 짜던 형편. 이제 그 공장은 군에 안정적으로 겨울 내의와 목도리 그리고 구두끈을 납품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지키고자 애쓴 건 바로 신의입니다. 납기일, 월급일, 수금일,그 어떤 날짜도 어긴 적이 없습니다." 상이용사라고 하면 흔히 불성실하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싫었던 그와 동지들은 지금 납품하는 업체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현충일을 맞은 이날 마을 식구들끼리 함께 모여 먼저 간 동지들을 추념하고, 고통받았던 그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는 시간을 가진 김씨는 "우리 마을은 한국전으로 인한 상처의 표본이다. 사람들이 전쟁과 그로 인한 아픔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감회에 젖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