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역사적인 첫승을 따낸 지난 4일 대학로의 공연 관계자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어야 했다. 전국민적 관심사인 한국 대 폴란드 경기가 열린 탓도 있었지만 이날 대학로에서열린 응원행사로 대학로 일대가 마비되면서 예약 관객마저 공연 관람을 포기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던 것. SK텔레콤이 마련한 대규모 응원행사로 3만여명의 인파가 대학로로 몰리면서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한때 폐쇄되고, 넘치는 사람들로 '교통체증'이 빚어지면서 대학로를 찾았던 공연 관객들은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날 오후 지하철로 대학로에 도착한 한 공연기획자는 전경들이 지하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바람에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객석점유율 110%를 기록하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이날 60여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해야 했다. 그중 남자 관객은 단 세 명뿐이었다.뿐만 아니라 예약을 했던 관객 20여명은 이날 관람을 취소했다. 「이구아나」를 공연하고 있는 극단 배우세상은 이날 공연을 아예 포기했으며 극단 파파의 「피어」도 공연을 올리지 않았다. 그나마 공연은 했지만 초라한 객석을 바라봐야했다는 한 기획자는 "공연 관계자들만이라도 앉혀놓고 해야 하나 하는생각에 속이 까맣게 탔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일부 공연기획자 사이에서는 행사를 기획한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라도 내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날 대학로에 관객의 발길이 준 것이 전적으로 이 응원행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대학로의 공연 관계자들이 섭섭한 것은 '공연의 메카'라고 불리는 대학로가 그에 합당한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로 기획사의 한 대표는 "옛날에도 '문화의 달' 행사를 하면서 대학로 소극장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아 문화관광부와 서울시의 인터넷 사이트에 항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아무 반응도 없었다"며 "공연장이 모여있는 대학로의 특성을 무시하고 행사가 진행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자는 "월드컵도 좋지만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이렇게까지 차압해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행사를 기획한 SK텔레콤은 "우리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 혼잡을 빚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전국민적 관심사라는 점과 수십년에한번 있을까 말까한 행사라는 점에서 너그럽게 이해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덧붙여 "포르투갈전이 열리는 14일에도 응원행사를 계획중인데 대학로는 장소도 협소하고 다니기도 불편해 다른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