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를 격침시켰던 '12번째 선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전광판 응원의 상징적 장소인 서울 광화문 일대 경비를 두고 경찰이 고심에 빠졌다.

4일 대 폴란드전 전광판 응원을 위해 예상했던 4만~5만명보다 3배나 많은 15만의 구름인파가 몰려든데다, 바로 이 부근에 경찰이 경비를 곤두세우는 미 대사관이있기 때문.

실제로 폴란드전이 있던 날 광화문 일대에 모여든 15만여명의 붉은악마와 시민들은 미 대사관 담장 바로 아래까지 몰려들어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현행법상 대사관 반경 100m이내에는 다중이 모이는 집회가 전면 금지되며 실제로 대사관 앞 1인시위를 두고도 시민단체와 경찰간 마찰이 빈번했다.

경찰은 4일 폴란드전을 앞두고 4만~5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 교보빌딩, 광화문빌딩, 현대해상, 동아일보 등 광화문 일대 4개 지역을 지정해 세종로16차로 중 2차로씩 시민들에게 `양보'했었다.

그러나 3배가 넘는 15만의 인파가 모여들어 세종로 일대를 `점거'한데다 미 대사관까지 감싸버려 적잖이 당황한 경찰은 10일 미국전을 앞두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그래도 동계올림픽 `오노 사태' 등으로 확산된 `반미감정'이 식지 않은 마당에 미국전에서도 폴란드전 때처럼 미대사관 앞까지 시민들에게 `점령'당할 경우 경비대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팀이 패했거나, 경기중 미국선수가 '더티 플레이'를 했을 경우 흥분한 군중들이 대사관내 이물질 투척, 성조기 화형식 등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5일 "폴란드전 광화문 응원에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몰려 놀랬다"며 "아직 대사관측으로부터 경비요청은 못받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전에서 우리가 졸전했을 경우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찰은 교통정체를 감수하더라도 몇개차로를 더 `양보'하는 대신 미대사관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 일정구역 내에는 `붉은악마'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경찰은 전날 광화문 전광판 응원장 주변에 교통경찰 2개 중대를 포함, 18개 중대 2천여명을, 대학로에는 교통경찰 1개 중대를 포함, 6개 중대 600여명을 각각 배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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