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16강 진출을 염원하지 않는 우리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강원도민들은 솔직히 월드컵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속마음이에요." 치악산국립공원 관리과장 김한수씨(46)는 한국-폴란드전이 열린 4일 흥분과 침울한 기분이 교차했다. 마음의 한 쪽은 부산에 가 있지만 공원 개장 후 4시간이 지났는데도 산행 관광객은 물론 주차장에 차 한 대도 나타나지 않자 왕짜증이 솟았다. 김씨는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기 시작한 5월 말부터 치악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개막 이후에는 어림잡아 하루 방문객 수가 예년 6백여명의 5분의 1 수준인 1백여명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을 달구는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유독 강원도는 '왕따' 당하는 느낌이라고 현지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강원도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그 흔한 월드컵 관련 국제행사 하나 열리는게 없다. 강원도청 송병영 관광문화과 과장은 "예년 이맘 때면 여름철 성수기에 접어드는 설악산 등지 계곡과 동해안 해변의 손님도 타지의 월드컵 열기가 철저하게 앗아가 버렸다"고 푸념했다. 월드컵 붐이 급속하게 가열되면서 당초 강원도행 주말여행 등을 잡아 놓았던 서울 등지의 국내 관광객들도 예약을 펑크내거나 취소하기 일쑤라고 속초 대명콘도 관계자는 밝혔다. 외국 관광객들도 월드컵 경기 주변 관광지를 중심으로 여행하길 원하고 있어 강원도 관광업계는 월드컵 특수는커녕 월드컵이 악재로 와 닿는다. 최근 취항한 서울∼양양간 여객기 탑승률도 바닥권이다. 아시아나항공 조충현 양양공항서비스지점 대리는 "탑승률이 25%대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자리잡은 강원랜드도 카지노 이용객 수가 급감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지노지원부 석원영씨(30)는 "고화질, 고음량의 60인치 PDP TV 2대를 카지노호텔 지하 연회장에 설치하는 등 월드컵 대책을 세웠다"면서도 "전문 도박사들만 올 뿐 관광객들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휴양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횡성 현대성우리조트의 김운하 영업팀 대리는 "예상은 했지만 더 심각하다"며 "평균 예약률이 30%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