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모여서 봐야 제맛이죠" 월드컵 개막과 더불어 축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가운데 `축구는 모여서 봐야 제맛'임을 주장하는 축구팬들을 끌어 들이려는 카페, 호프집 등 대중음식점들의경쟁이 치열하다. 월드컵 기간 손님 유치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단체관람에 필수적인 대형TV와 프로젝터 판매량도 따라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형 전광판을 이용한 길거리 응원이 최근 각광받고 있지만 그래도 한 자리에모여 축구를 관람하고 응원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많은 곳은 대학가나카페촌 주변의 식당이나 카페 그리고 호프집 등이다. 하숙생이나 자취생이 많은 대학가 주변은 기말고사를 일찍 끝낸 대부분의 학생들을 자신의 업소로 끌어들이기 위한 업주들의 노력이 치열하다. 서울 고려대 주변의 식당이나 호프집, 카페중 다수는 최근 한달을 전후해 업소내 TV를 40인치 이상의 대형 모델로 속속 바꾸거나 기존의 중.소형 TV라도 업소내에여러 대를 비치, 학생 축구팬들의 마음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박홍서(27.휴학생)씨는 31일 "`박찬호 열풍'이 일었던 때도 학교 주변 카페나식당들이 이렇게 극성스럽게 TV를 대형으로 교체하며 `구애공세'를 펼친 적이 없었다"며 "월드컵이 세계적 축제인데다 최근 한국팀의 상승세가 눈부시면서 월드컵에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업주들이 재빠르게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다 변변한 TV시청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고시원이 밀집한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도 대형 TV를 갖춘 식당이나 카페, 비디오방의 인기는 상한가. 심지어 당구장에서조차도 대형 TV를 갖춰놓고 고시생들을 유혹한다. 신림동에서고시 준비중인 이모(28)씨는 "평소 TV를 볼 시간이 없지만 월드컵 기간은 잠시 머리를 식힌다는 생각에서 시원한 화면을 통해 축구경기를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혼 남성을 중심으로 한 직장인들도 월드컵 기간 소위 `빅 게임'이 열릴 경우회사 인근 술집을 찾아 함께 응원전을 벌이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어 인근주점 업주들중 상당수는 이를 겨냥해 대형 TV나 프로젝터 구입을 이미 마친 상태다. 이렇다 보니 대형TV나 광선을 쏴 50인치 이상의 스크린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보여주는 프로젝터의 판매 또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자제품 전문판매업체인 H사의 경우 40인치 이상의 대형TV 판매량이 지난 4월달에 전국, 서울의 경우 각각 1천600대, 460대씩이었으나 이달 들어서는 2천500대,730대씩이나 팔려 50% 이상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이 업체는 판매량중 적지 않은 비율이 소규모 업소용으로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00만~600여만원에 달하는 프로젝터 판매 또한 월드컵 시즌을 맞아 활발해졌다. 고가이다 보니, 평소 관공서.학교 등이 주로 구매했지만, 한국팀의 상승세가 시작된 한달여전부터는 카페나 호프집과 같은 업소에 대한 판매가 늘고 있는 것. 용산전자상가내 한 전자제품 대리점의 경우 최근 들어 1주일 판매량 20건중 4건정도가 시내의 카페 등지로 팔려가는 등 대중 유흥업소로 팔려나가는 TV 판매량 비율이 기존 5%에서 20% 가량으로 늘었다. 서울 역삼동의 프로젝터 전문 판매업체인 ㈜필립미디어테크 관계자도 "약 2주전부터 인근 카페나 주점 업주들의 구매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상당히 늘어 고가임에도불구하고 예전에 판매율이 20% 가까이 늘었다"며 "한국팀의 상승세가 판매신장에 결정적 영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