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과 광양항이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로 뜨고 있다. 동북아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등과 함께 세계 3대 교역권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항은 이미 2000년에 7백54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처리,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부상했다. 광양항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에 힘입어 지난 4월말 현재 컨테이너 처리량이 34만3천7백TEU로 작년 같은 기간의 24만3천4백TEU보다 41%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의 컨테이너 물동량도 작년 9백80만TEU에 달하는등 지난 90년이후 연평균 13%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환적화물 수요 증가를 감안할 경우 2011년에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작년 3배 수준인 약 3천만TEU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화물 유치를 위한 선석 확보 등 양적인 기준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항만 인프라 등은 아직까지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고비용-저생산성"이 발전의 걸림돌=거점물류센타 배후의 물류단지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중국 상하이항은 지난 90년부터 2백만평 규모의 자유무역지대를 운영하며 5백40여개 민간기업을 유치했다. 오는 2005년까지 1백만평에 걸친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일본 오사카항의 배후에도 18만평 규모의 물류관련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에 반해 부산신항 배후 물류시설은 2007년이후에나 들어설 수 있다. 그만큼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입주 비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로테르담항 물류단지 임대료가 평방m당 8천원인데 반해 부산신항 및 광양항 배후단지의 분양가는 약 30만원. 임대료로 전환하더라도 평방m당 로테르담의 10배 수준인 3만원에 이른다. 높은 조성원가와 분양 위주의 시책으로 투자위험이 상대적인 큰 셈이다. 더구나 항만의 생산성도 떨어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총작업량을 입항에서 출항까지 소요되는 시간으로 나눈 항만생산성에서 부산은 홍콩 싱가포르 고베 카오슝 등 경쟁항만에 비해 최고 30%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국인투자 옴부스만사무소의 200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이 밝힌 가장 큰 고충은 부동산 구입 및 임차 관련 복잡한 행정 절차였다. 국제종합물류단지로 거듭나는 부산.광양항=정부는 뒤늦게나마 항만의 생산성을 높이고 외국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중이다. 우선 부산신항 및 광양항 배후 부지에 각각 93만평과 59만평을 개발한뒤 이를 저렴한 가격에 장기간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항만배후단지에 입주하는 보험대리점 해운중개업 해운대리점업 복합운송주선업 선박관리업 등 물류 관련 서비스업체들에 대해 법인세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을 항만 배후단지에 집적화(Maritime Industry Cluster)해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해양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국제물류촉진법"을 제정한뒤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부산.광양항에 대한 하드웨어적 인프라의 조기 구축도 늦추지 않을 방침이다. 부산 신항만은 미국 항만운영업체인 CSX사가 투자한 6천만달러를 비롯,국고 지원과 민간투자 등 전체 4천2백25억원의 자금을 활용해 2010년 중국 상해 신항만 개장에 앞서 2006년까지 1단계로 3선석을 우선 개장할 계획이다. 2011년까지 기존의 부산북항을 포함, 모두 46선석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8선석을 운영하고 있는 광양항도 홍콩 항만운영업체 정부 등으로부터 2천1백억원을 투자받아 2004년까지 4선석을 추가 완공하는 등 2011년까지 총 24선석을 갖출 계획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