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사가 자율적으로 오는 7월1일부터 주5일근무를 실시키로 합의하자 지난 2년여동안 주5일 근무제 도입방안을 놓고 회의만 거듭해온 노사정 협상 당사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노사정위 등에 따르면 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한국노총과 경총이 주5일근무제 협상을 질질 끌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금융노사가 전격적으로 주5일 도입을 타결짓자 `합의든 결렬이든' 노사정 논의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사정위는 지난 2000년 5월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 그해 10월 주5일근무제를 도입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이래 지난 2년여동안 세부 쟁점에 대한 합의를 위해 실무협상, 고위급협상 등을 수십여차례 열었으나 매번 노.사 양측의 주장에 밀려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노동부가 더이상 합의가 안되면 정부 단독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으나 노사정위가 `성과도 없는' 협상을 지속하는 바람에 결국 정부입법시기도 놓치고 노사정 합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노사정위는 몇차례 `최종 협상'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타결을 시도했으나 결국 노.사 입장이 맞서는 바람에 협상은 결렬됐으며,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던 최종 노사정위 본회의도 경영계의 요청으로 또다시 연기됐다. 이처럼 노사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업종에 따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노.사 양측을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경총이 조직 내부의 일부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경우 초과근로수당 등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연월차를 줄이는 방법 등으로 손쉽게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었다. 반면 사실상 격주 휴무제(주당 42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제조업종의 경우 수치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2시간만 줄이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는데 노사정위에서 논의되는 대로 생리휴가, 연월차 휴가, 초과근로수당 등을 줄이면서까지 굳이 합의하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같은 제조업종의 반대에 밀려 한국노총 이남순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눈치보기'를 거듭하고 있으며, 경총도 전경련 등의 반발에 밀려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사의 협상력 부재와 노사정위의 우유부단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동시에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현 정부의 대통령 선거 공약인 동시에 노동개혁 과제인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를 노사정위에 넘겨놓은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부는 노사정 합의 없이는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더라도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무작정 협상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결국 노.사.정이 금융노조의 주5일 도입 합의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어 다음노사정위 본회의 때 막판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 등 금융권이 오는 7월부터 주5일근무에 들어가면 어차피 산업현장에 노사간 자율적인 단체협상을 통해 주5일 근무제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휴일 휴가제도를 그대로 두고 근로시간만 줄어드는 기형적인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토요일 쉬지 않는 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일선 사업장에서 오히려 노사정위 협상결과를 기다리는 바람에 임단협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며 "이제는 협상을 조속히 결론지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만일 일괄적인 합의가 어렵다면 노사정위가 합의를 이유로 더이상 논의를 붙들고 있지 말고 협상 결과를 노동부에 넘겨야 한다"며 "노동부는 책임있는 정부부처로서 정부입법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일선 사업장에 알려 개별 기업이나 업종별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