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인 김한미(2)양 일가족 5명에게 지난 8일부터 보름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피말리는 시간이었지만 이들은 이미 지난98년부터 4년간 탈북과 망명좌절의 고난을 겪어왔다. 장길수(18)군의 친척인 한미양 일가족은 98년 할머니 정경숙(53)씨를 시작으로 지난 3월 삼촌 김성국(26)씨까지 4년에 걸쳐 탈북과 강제송환, 재탈북을 거듭하며 망명 기회를 노렸다. 고난은 지난 96년 한미양 할아버지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해 욕을 했다고 해서 정치범으로 붙들려 간 직후 시작됐다. 함북 회령에 살던 이들 가족은 잇따라 중국으로 넘어갔고 99년 7월에는 한미양을 임신한 어머니 리성희(26)씨와 아버지 김광철(28)씨가 탈북했다. 99년 6월 강제 송환된 길수군 이모 정순희(44)씨를 구하러 북한에 되돌아갔던길수군이 북한을 다시 탈출하면서 임신 5개월의 리-김씨 부부와 함께 나왔고 한미양은 이듬해 1월16일 중국에서 태어났다. 1년여동안 중국에서 숨어 지내던 한미양과 부모는 작년 3월7일 오전 한 탈북자의 밀고로 다시 북한에 잡혀갔다. 김씨는 함북 온성군 보위부에서 심문을 받은 뒤 다음달인 4월 중순 같은 도에있는 일명 '제16호 수용소'라고 불리는 화대 보위부 수용소로 이감돼 사형 판결을받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탈출했다. 만 3세 이하 아기를 데리고 있다고 해서 잡혀간지 3일만에 풀려난 어머니 리씨는 20일만에 혼자 중국으로 도망쳤다가 가족을 구하러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 지난해7월 한미양을 모처에 맡겨놓은 뒤 남편 김씨와 함께 다시 중국으로 나왔다. 한미양을 데리고 나온 건 지난 1월 북한으로 붙들려갔던 삼촌 성국씨였다. 탈북자수용소에 있다 "먹을게 없으니 밥을 빌어먹고 오라"는 감시원의 말을 듣고 도망친 성국씨는 지난 3월 북한을 떠나기 전 한미양을 찾아냈다. 이들은 이후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주중 외국 공관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이들을 도운 NGO 관계자에 따르면 한미양 일가족은 애초 제3국 망명을 위해 베이징(北京)의 외국공관에 들어가려다 경비가 삼엄해 경계가 다소 덜한 선양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난 8일 오후 2시(현지시각)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했다 중국 인민무장경찰에 의해 끌려나와 어디론가 호송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그 후 이들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한국 등 당사국간 치열한 외교전이 보름간 펼쳐진 끝에 친척 10명이 먼저 와서 살고 있는 한국에 안착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