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회사 주도로 상여금 반납이 이뤄졌다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5부(재판장 박시환 부장판사)는 22일 지금은 파산한 H상사 전직 직원 김모(43)씨 등 45명이 이 회사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낸 4억여원의 상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측은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상여금포기 동의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서명과정에서 자유롭게 찬반 의견을 교환해 이를 집약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서명독촉까지 있었다"며 "따라서 사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서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상여금 반납결정 등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가 있으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고 노조가 없으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한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을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사측이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1월부터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 98년에상여금 전부를, 99년에 상여금 일부를 삭감하자 "상여금 반납동의가 회사의 개입과간섭으로 이뤄졌다"며 지난해 8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훈기자 karl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