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지난 18일 구속된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와 5년전 `권력형 비리"혐의로 구속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검찰소환을 전후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행적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홍걸씨가 지난 14일 귀국 직후 시내 모처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며 성경 `잠언편"을 숙독했던 것은 현철씨가 5년전 구기동 자택에 머물며 `욥기편"을 읽으며 검찰출석에 대비했던 것과 많이 닮아있다. 그러나 성경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심리상태를 갖고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잠언편"은 "어리석은 자는 지혜와 명철을 멀리한다"는 1장7절의 구절이 상징하듯 `엎질러진 물을 되담을 수 없다"는 홍걸씨의 때늦은 후회를 담고 있는 반면 `욥기편"은 신의 시험에 들었지만 결국 이를 이겨내고 용서를 받게 된다는 `복음"을 담고 있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결국 결백함이 드러나리라는 현철씨의 기대가 담겼던 것으로해석할 수 있다. 홍걸씨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죄송스럽다"는 말 외에는 함구로 일관했지만 현철씨는 취재진에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여운을 남겨 주목을 끌었다. 이같은 `여운"은 다음날 측근에 의해 자신의 구술서가 전격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현철씨는 구술서를 통해 "나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어떤 파렴치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따라서 떳떳하게 검찰소환에 응할 것이며, 나의 결백함과 진실을 철저히파헤치겠다"고 강변했던 것. 그는 "대통령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인내하고 자숙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인김현철로서 나를 지키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검찰을상대로 `항전"의 의지까지 불태웠다. 홍걸씨가 귀국 직전 측근을 통해 "자연인으로서 잘잘못을 가려 처벌받을 것은받겠다"며 자숙 및 참회의 뜻을 미리 전달하고 나중에 영장실질심사까지 포기했던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행보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가장 극명하게 차이를 보였다. 홍걸씨는 이권청탁이나 대가성 여부를 추궁당하면 차분한 어조로 논리를 세워자신을 방어하면서 가끔씩 눈물을 글썽거려 수사팀을 당혹하게 만든 점 외에는 대체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철씨는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그게 아니라는데 왜 자꾸 다그치느냐"며되레 수사검사에게 따지거나 입을 다물고 버티는 경우도 많아 상당히 애를 먹였다는것이 당시 수사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