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10시 서울 동숭동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지하2층 소극장. 늦은 밤인데도 이 학교 방송연예과 학생 15명이 모여있다.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제1회 대학로 문화축제"때 선보일 연극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발표할 연극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한여름밤의 꿈". "발음이 그게 뭐야! 교과서 읽니?" 주인공 "허미어"의 아버지인 "이지어스"역을 맡은 마수현씨(22)에게 지도 교수인 홍유진(47) 방송연예과 학과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연극 연출을 맡고 있는 태보라씨(23.조교)는 "지난달부터 하루 예닐곱시간씩 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며 "주말엔 밤새기 일쑤"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로가 오는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릴 문화축제 준비 열기로 뜨겁다. 이번 행사는 국민대 동덕여대 방송통신대 상명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한성대 IDAS 등 서울시내 9개 대학이 주관해 진행한다. 그런만큼 동숭동 일대에 캠퍼스를 둔 대학과 학생들이 적극 참여한다. 축제 기간중 이들 대학은 각종 음악 콘서트와 연극 공연,전시회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대학로 문화축제 사무처의 정정훈 조직국장은 "각종 행사에 출연하는 인원만 1천명이 넘는다"며 "관람객수가 20만명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대학이 합심해 이처럼 대규모 문화축제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작년부터 대학로에 연극 영화 디자인 등 예술관련 대학 캠퍼스들이 속속 들어선 덕택이다.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등 지금까지 캠퍼스를 이전한 대학은 총 6개.서울의대와 성균관대만 있었을 뿐 주점과 음식점으로 가득했던 "무늬만 대학로"가 이들 캠퍼스가 들어서면서 대학 문화의 메카로 변신중이다. 예술관련 대학 캠퍼스들의 동숭동 입성으로 바뀐 것은 문화뿐만 아니다. 홍유진 교수는 "학생들이 서울 월곡동 예전 캠퍼스에 있을 때보다 더 활기차지고 뭔가 하려는 의욕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공연 예술의 1번지인 동숭동에 있다보니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학생들의 관심 대상"이라며 "결국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공연을 접할 수 있어 현장과 밀접한 "산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곳 대학로에선 예술관련 대학들과 주변의 공연장 극장 등 각종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문학협력"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학과에 재학중인 송하정씨(30)도 "솔직히 서울시내에서 인사동을 빼고는 갤러리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상명대는 교내에 갤러리가 있어 개인전을 갖기 쉽고 외부 사진작가의 전시회도 자주 접할 수 있어 공부에 많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학교 주변에서 각종 공연이나 콘서트도 자주 열려 꽤 괜찮은 "실습 피사체"꺼리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재미라고 귀띔했다. 정정훈 국장은 "이번 대학 문화축제가 성공리에 끝나면 대학로는 명실상부한 대학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전문 공연인들의 거리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