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이틀째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김홍걸씨는 최규선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은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침부터 홍걸씨를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한편 구치소에 있는 최규선씨와 송재빈씨 등을 별도의 조사실로 불러 홍걸씨와 대질조사를 염두에 두고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진술 및 정황을 캐는데 주력했다. ○...홍걸씨가 조사를 받는 서울지검 1102호 특별조사실 옆방인 1101호는 공교롭게도 13년전인 89년 8월22일 아버지 김대중 대통령이 서경원 전 의원 밀입국 사건과 관련, 조사를 받았던 곳이어서 또다른 화제가 됐다. 당시 김 대통령은 서 전 의원으로부터 공작금 2만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를 놓고 수사검사로부터 15시간에 걸쳐 추궁을 받아야만 했다. 15평 크기였던 이곳은 '거물급 피의자'를 위해 침대와 욕실을 갖추고 붉은 카핏까지 깔렸지만 특별대우가 문제되면서 현재 4∼5평에 조사용 책상과 의자, 간이침대,화장실만 갖춘 '소박한' 조사실로 탈바꿈한 상태다. ○...홍걸씨가 밤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강변하려는 듯이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눈물을 글썽거려 조사를 맡은 임상길 부부장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홍걸씨는 최씨에게서 받은 금품과 관련, 이권청탁에 대한 대가성 여부를 임 부부장이 집요하게 추궁해오면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 방어를 하면서도 간간이 목이 메이고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는 것. ○...변호인을 맡은 조석현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헌신적이라는 변호사라는 소문답게 수시로 검찰청사를 드나들며 사실상 홍걸씨 '뒷바라지'에 가까운 변론활동을 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홍걸씨가 소환된 16일 오전 기자실에 들러 전날 밤 기자들의 추적을 따돌리고 홍걸씨를 찾아간 일을 비교적 소상히 밝히면서 "워낙 시간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 홍걸씨에 대해 잘 써달라"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특히 조변호사는 이날 밤 "홍걸씨가 우유를 좋아한다고 해서 왔다"며 종이 쇼핑백에 우유, 빵, 사과, 배 등 간식거리를 들고 조사실을 찾아왔고 직접 홍걸씨에게 과일을 깎아주기도 했다는 것. 검찰 주변에서는 "부모.형제가 면회도 올 수 없는 상황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며 "성경이나 우유 등을 언급, 홍걸씨에게 쏠렸던 따가운 시선을 동정적인 시각으로바꾸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걸씨가 이틀째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이날 저녁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했던 당시 대검 중수부 '드림팀'이 공교롭게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졌다. 현철씨가 구속된 97년 5월17일에 맞춰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모임에는 심재륜변호사(당시 중수부장)를 비롯, 김상희 서울고검 차장(수사기획관), 이훈규 서울고검 검사(중수3과장)와 각 검찰청에서 파견됐던 검사 10여명이 단골 멤버들이다. 당시 수사팀에 있었던 한 검사는 "오래전에 선약이 잡혀 있던 선.후배간 단순한친목모임인데 공교롭게 날짜가 겹쳐 오해를 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외부시선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