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영 보루네오 노조위원장은 요즘 10여년 노조위원장 활동기간 중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힘든 시간을 견딘 끝에 이제 희망의 빛이 서시히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채권단의 채무조정으로 2천1백억원에 달했던 부채가 7백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회사의 회생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이다. 이영상 사장의 노조를 중시하는 태도도 노사 화합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전 사원이 모인 조회에서 회사의 경영상황을 소개하고 잘 잘못을 지적하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노사는 공동으로 팀별 리베이트 포상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부서별로 생산성 향상 정도에 따라 포상금을 주는 이 제도 덕분에 생산성과 매출이 올 들어 16%나 증가했다. 회사가 이처럼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정 위원장의 마음고생은 컸다. 정 위원장은 95년 상여금 2백%와 학자금을 반납하고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하는 등 법정관리 이후 회사측에 많은 양보를 하며 회사 살리기에 매진했다. 지난해 말 빚 탕감 협상을 벌일 때도 채권자들이 요구한 구조조정,사업부제 실시,임금과 상여금 반납,후생복지 포기 등 모든 조건을 수용했다. 당시 정 위원장의 진의를 오해한 일부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죽이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대승적인 노력이 바탕이 돼 지난해 10월27일 은행들이 자금을 지원하면서 회생의 발판이 마련됐다. "보루네오의 임금은 동종 업계에서도 열악한 편입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받았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믿고 따라준 조합원들을 위해 열심히 뛸 것입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