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측에 2억5천만원을 줬다'는 민주당 설훈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련자 진술이 나와 검찰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 등이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사건과 관련, 지난 4일 설 의원을 피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설 의원은 이 전 총재 금품수수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물증이라고 주장했던 녹음테이프 등을 제출하지못했다. 검찰은 그러나 설 의원이 "최씨가 한나라당에 돈을 줬다는 사실을 송재빈씨와 황인돈씨도 알고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7일 타이거풀스 송재빈 대표와 황인돈씨를 불러 조사한 끝에 설 의원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한 진술을 확보했다. 송씨는 "지난 3월말 최씨와 해외사업 관련 대화를 나누던중 '한나라당에 보험을 들어뒀다'는 말을 최씨로부터 들었다"며 "나중에 김희완과 통화하면서 물어보니 '최씨가 이 총재 방미일정에 도움을 주고, 윤여준 의원을 통해 방미경비로 20만달러를 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황씨도 검찰에서 "지난 2월 하순 최씨로부터 `이정연과 e-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고 곧 한나라당 국제특보로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최씨는 "이 전 총재의 방미 일정과 관련, 면담을 주선한 것은 맞지만 돈을 준 적은 없다"고 금품제공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송씨 등의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송씨에게 `최씨가 돈을 줬다'고 알려줬다는 김희완씨는 종적을 감춘 상태라는 점도 향후 검찰수사가 험로를 걷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일단 최씨의 e-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정황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핵심 참고인인 김희완씨의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미 최씨의 e-메일 계정을 파악해둔 상태이며, 메일을 주고 받은 상대의 신원을 추적중이다. 검찰은 또 관련 계좌추적을 통해 최씨와 최씨 측근들이 관리해온 자금의 흐름을 쫓는 한편 달러로 줬다는 관련자들의 주장에 주목, 시중은행 등을 상대로 환전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설 의원의 명예훼손혐에 대한 고소.고발사건이지만,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실제 돈 전달 여부를 가리는 절차가 불가피하다는 것이검찰의 입장인 만큼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큰 파장을 초래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이 송씨 등 관련자의 진술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배경을 두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사에서 송씨 진술내용을 제시하며 확인요청이 들어와 숨길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럴 경우 흔히 `확인해줄 수 없다'며 어물쩍 넘어가던 평소 검찰의 태도와 많이 다르다는 시각이 적지않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