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42.구속)씨가 검찰출두 직전 남긴 육성 녹음테이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테이프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최씨나 측근의 입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통령 3남 홍걸씨와의 돈거래, 구명로비, '청와대 대책회의' 등 민감한 내용을 자세히 담고 있어 사실 여부가 주목된다. 최씨는 이 테이프에서 "이만영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최성규 전 총경, 국정원 직원 등이 수차례 대책회의를 해 나에게 외국으로 밀항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최성규씨가 `출국금지가 되기 전에 최규선이 떠났어야 하는데 출국금지가 돼 못나가고 검찰에 출두하면 정권이 잘못되고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말하자, 한 인사가 `부산에서 밀항시켜 내보내면 어떻겠냐'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 법정에서 한 것과 똑같은 주장으로 청와대가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 자신에게 해외도피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만영 비서관은 "회의도, 밀항 논의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4월14일 청와대 김현섭 민정비서관과의 통화에서 '홍걸씨에게 100만원짜리 수표 300장을 건넸는데 추적을 피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소환을 늦춰달라고 부탁했다"는 말도 테이프에 남겼다. 김 비서관은 "LA의 그 사람(홍걸씨)에 관한 부분을 최규선씨가 어떻게 진술하느냐를 두고 검찰, 청와대가 떨고 있다. 박사님, 나라를 살려주십시오. 박사님이 세우신 국민의 정부 아닙니까"라며 자신을 달래기도 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자신이 홍걸씨와 돈거래를 해왔으며, 청와대 인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비서관은 "최씨가 검찰소환을 늦춰달라고 해 '청와대가 할 일이 아니다. 변호사와 상의하라'고 했다"며 "최씨는 '잘못되면 혼자 안죽는다. 잘못했다'는 말도 했다. 내가 나라를 살려달라고 했다는 것은 '당신 진술이 중요하다'는 말을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테이프 녹음 도중 홍걸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박(홍걸씨)은 어떻게 해서든지 끌어안고 보호해주겠다. 그 대신 아버지한테 말씀해달라. 나를 파렴치범으로 몰려고 하면 다 불어버리겠다"고 협박성 발언도 했다. 최씨는 또 98년 이강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종찬 국정원장이 김세옥 경찰청장에게 자신을 구속시킬 것을 지시했고, 영장이 기각되자 대통령 수행비서 이재만씨가 자신을 평창동 청와대 경호원 아파트로 불러 '미국에 6개월만 가 있어라. 대통령께서도 구속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강래씨는 "내게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던 최규선의 완전한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최씨는 홍걸씨와 벤처투자회사를 만들려고 하자 김홍일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 K씨, 공기업 사장 K씨 등을 앞세워 협박했고,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은 권노갑 전민주당 고문에게 자신과 홍걸씨에 대해 온갖 거짓정보를 보고했다는 말도 남겼다. 그러나 최씨가 관련 인사들과의 대화내용을 직접 녹음한 것이 아니라 혼자서 일방적 주장을 펼쳤다는 점에서 녹음내용의 진위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최씨가 검찰수사라는 극한 상황을 앞두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녹음한 점에 비춰 객관적 사실을 '침소봉대'했거나 특정사안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했을 가능성도 있어 테이프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관련자들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최씨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데다 청와대측도 "해외 밀항설만 해도 영장실질심사 때 나온 얘기로, 모두 최씨의 일방적 주장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최씨 주장을 일축, 진위 확인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문제의 테이프를 입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최씨와 관련자 등을 상대로 사실여부를 확인할 방침이어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정.관계에 또 한 차례큰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