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국도를 타고 화천댐을 지나 평화의 댐으로 달리는 길에서 내려다본 파로호 상류는 밑바닥을 훤히 내보이고 있었다. 북한 금강산댐이 지난 2000년 10월 저수를 시작한 이후 한강수계로 향하는 물길이 차단돼 강이 바짝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화천댐의 물 유입량은 연평균 29억t에서 12억t으로 59%나 줄었다. 이 탓에 화천댐 상류인 화천군 간동면 용호리와 도송리 일대 수만평은 갯벌로 변해 버렸다. 수심이 꽤나 깊었다는 안동철교 건너편의 강줄기도 실개천 수준으로 오그라들었다. 생태계 파괴와 용수부족 등 부작용도 심각한 수준이다. 화천군 당거리 민간인 통제선을 지나 찾은 오작교 주변에서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있었던 천연기념물 제190호인 황쏘가리가 자취를 감췄다.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 등 북한강 상류 지역은 물이 빠지면서 조개 달팽이 새우 등 기초생물들이 사라졌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고기들의 산란지가 파괴돼 파로호 내수면의 어민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동촌리에서 고기를 잡는 한 주민은 "2년전만 해도 파라호는 매년 빙어 잉어 쏘가리 잡이로 활기를 띠었다"며 "금강산댐 담수 이후 급격히 수심이 얕아지면서 지난해 겨울철엔 빙어잡이를 공치는 등 생업을 포기한 상태"라고 들려줬다. 이러다보니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다.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와 오항리 등 소양호내 유명 낚시터는 물이 줄어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겨 버렸다. 이 때문에 호수변 낚시터나 매운탕집 숙박시설등의 상당수가 문을 닫았거나 개점휴업 상태다. 여기에 올초 금강산댐 쪽에서 난데없이 쏟아져 내려온 대규모 흙탕물은 주민들을 더욱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지난 1월14일부터 20일간 갈수기임에도 평상시보다 10배 이상 많은 3억2천만t의 물이 유입됐다. 이 흙탕물은 북한강 상류계곡을 휩쓴 것은 물론 화천댐 수문공사장까지 내려올 정도로 양이 많았다. 민통선내 오작교로 가는 길 옆을 흐르는 북한강 줄기 옆으로 이상 홍수때 북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하얀 모래밭이 10여㎞나 이어졌다. "이 때부터 아무래도 금강산댐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불안해 했다"는게 화천.양구지역 주민들의 전언이다. 정부가 금강산댐의 붕괴에 대비, 화천댐을 비워 두기로 함에 따라 주민들은 생활 터전을 송두리째 잃게 생겼다고 호소하고 있다. 화천읍의 한 주민은 "금강산댐이 언제 붕괴돼 '물폭탄'을 맞을지 모르는 불안감에다 먹고 살 방법도 없어져 이제 수대에 걸쳐 살았던 고향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기호 화천파로호양식계장은 "금강산댐 건설로 물이 말라버린데다 앞으로 화천댐에도 물을 채우지 않기로 한 만큼 화천댐 인근 어민들은 생계가 막막해졌다"며 "정부는 주민들의 생계유지나 이주방안 등 실질적인 보상대책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