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선심성 표결"이 만연하고 있다. 오는 6월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주민이기주의에 편승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일선지차제들이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서 어렵사리 마련한 법안을 가자없이 "퇴짜"를 놓는가하면 소소의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편파적으로 수용해 빈축을 사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오피스텔 용적률 규제 백지화가 대표적인 사례.서울시는 당초 지난해 10월말 상업지역내 오피스텔의 용적률을 현행 8백%에서 5백%까지 낮추기로 했다. 건설업체들이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을 아파트처럼 지어 분양함으로써 주차장 부족과 교통난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제동을 걸기로 한 것. 시의회 상임위원회인 도시관리위원회도 지난달 25일 시 의견을 수용하되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도심재개발구역만 예외로 인정하기로 하고 이를 본회의에 상정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오피스텔 용적률 규제 방안을 아예 삭제한 수정 동의안을 의원발의 형식으로 본회의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의회 정례회의가 지방선거 전에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는 점과 일사부재리 원칙을 고려할 때 용적률 규제 방안은 결국 차기시장과 차기의회의 몫으로 넘어갔다. 수정안을 낸 한 시의원은 "시의 규제안은 토지소유주나 건축주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을뿐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인만큼 규제는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택가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도입하려던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1가구 1주차장 의무화" 방안도 시의회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시는 지난 3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부설 주차장 설치 기준을 현행 "1가구당 0.7대"에서 앞으로 "1가두당 1대"로 강화하는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의회 교통위원회는 그러나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큰 만큼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더 거친뒤 심의하자"며 심의를 미뤘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간 전문가 회의만 10여차례나 열었는데 더 이상 어떻게 의견수렴을 하란 말인지 모르겠다"며 "시의회가 "표심"을 의식해 껄끄러운 법안 통과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의회의 마을버스 폐지 결정은 업계 요구를 수용한 케이스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9월 시내 4백99대의 마을버스를 모두 시내버스로 전환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의원발의 형식으로 통과시켰다. 이렇게되면 마을버스 요금이 4백원에서 6백원으로 올라가는만큼 마을버스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이에대해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고 인천시는 의회와 시민사이에서 곤혹스런 처지다. 부산시의회는 남항대교 건설을 놓고 갈팡질팡했다. 부산시의회는 올해초 예산 편성과정에서 남항대교 건설비 2백53억원을 국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얼마뒤 기존 입장을 1백80도 바꿔 통과시켰다. 지역주민들이 지역내 국회위원을 통해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항대교 건설이 필요하다고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광주시의회는 시예산 편성 때 생활진흥운영 시설비,농업기반조성 시설비,하천 관리비 등을 지난해보다 1백19% 늘려 잡아 시민단체들로부터 선거를 의식한 예산편성이란 지적을 받았다. 김태현.김희영.최성국.주용석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