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패너를 들고 덤비는 범인들을 잡느라 동료 직원이 머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 했습니다. 부상당한 직원은 범인들이 경찰 순찰차를 훔쳐 타고 달아나자 조수석 문을 열고 몸으로 제지하려고 했죠"

사설경비업체 S-Tec 장재환(41) 2팀장은 긴박했던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와 도주 상황을 떠올리며 손사래를 쳤다.

S-Tec 직원들이 삼성반도체 종합상황실에서 범행현장인 삼성반도체 정문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보다 용의자 허모(25), 김모(29)씨 등 2명을 발견하고 출동한 시간은 30일 0시 40분께.

범인들은 대담하게 환한 주차장 조명등 아래서 시체 5구를 태운 자신들의 차량과 불과 4∼5m 떨어진 곳에 세워져있던 엘란트라 등 2대의 승용차 번호판을 떼고 있었다.

장 팀장과 동료직원 장재용(26)씨 등 3명은 단순 절도범이라고 생각하고 검거하려 했지만 허씨 등은 스패너 등 철제공구를 들고 완강히 저항, 장씨는 머리를 다쳐가며 맨몸 격투끝에 이들을 붙잡았다.

같은 시간 S-Tec 상황실에서는 용인경찰서 고매파출소로 신고전화를 했고 112순찰중이던 이모(32) 순경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S-Tec 직원 14∼15명이 허씨 등을 둘러싸고 도주공간을 완전히 차단했다.

장 팀장 등은 순찰차 뒷좌석에 붙잡은 이들을 태운 뒤 한숨 놓으며 이 순경에게 범인들의 차량에 사람이 누워있다고 말했고 이 순경은 "조서를 꾸미러 오라"는 말과 함께 순찰차의 시동을 걸어 놓은 채 범인 차량으로 향했다.

순간 뒷좌석에 있던 범인 김씨가 운전석으로 넘어가 차를 몰았고 머리를 다친 장팀장은 곧바로 조수석 문을 열고 제지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어 S-Tec 직원들은 자신들의 차량에 이 순경을 태우고 추격전을 벌였으며 다른 직원은 마침 현장을 지나던 택시를 타고 200m 가량 쫓아와 함께 순찰차를 막고 이들을 검거했지만 김씨는 야산으로 도망쳐 버렸다.

불과 20∼30분에 걸친 짧은 상황에서 사설경호업체 직원들은 제 몫을 다했지만 시민의 녹을 먹는 경찰은 기본 호송규칙을 어기며 다잡은 범인을 놓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장 팀장은 그러나 "단순 절도범인줄 알고 검거에 나섰고 강도살인범 이라는 것은 범행차량에서 시체가 나온 뒤 알았다"며 "경찰도 마찬가지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체면을 구긴 경찰은 장 팀장 등 S-Tec 직원들에게 포상금과 감사패를 주기로 했다.

(용인=연합뉴스) 최찬흥기자 c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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