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무차별 납치살인 행위는 일부 빗나간 젊은이들의 의식에 대한 충격과 함께 이 사회의 인명경시 풍조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범인들은 잔인한 범행수법은 물론 아무런 이유없이 돈을 강탈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30일 경기 용인경찰서에 잡힌 20대 2인조 강도는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 여성승객 5명을 둔기로 때리거나 목을 졸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는 등 잔인함의 극치를 보였다. 범행동기 또한 신용카드 빚 700여만원을 갚기 위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관계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들은 체포될 당시 승용차 트렁크에 여자 사체 1구, 뒷좌석에 여자 사체 4구등 모두 5구의 사체를 차량 안에 싣고 다닌 것으로 드러나 사람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짓을 벌였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수원 남부경찰서에 검거된 홍모(26)씨 등 3인조 살인강도범도 '막가파식'이라고 할 만큼 대담하고 잔인한 범행 행각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2개월동안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심야 또는 새벽시간에 길가는 취객이나 여성들을 골라 야구방망이 등으로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았다. 이들 3명이 벌인 살인행각은 밝혀진 것만 강도치사 6건, 강간 2건, 강도치상 12건 등 모두 30여건으로, 이중 6명을 살해하고 5천100여만원을 빼앗았다. 특히 이들은 아무 대항력도 없는 취객에게 다가가 마구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뒤 부상자를 주차장 등에 버려 사망케하는 등 극도의 잔악성을 보였다. 또 지난 28일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해 고민하다 친구와 동반자살을 기도했다가미수에 그친 홍모(28)씨와 이들에게 수면제를 구해준 김모(27)씨의 자살방조 행각도인명경시 풍조의 또다른 사례. 홍씨는 유흥비로 탕진한 신용카드와 사채 빚때문에 고민하다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중구 회현동 모 여관에서 약물과다 복용으로 숨진 친구 백모(28)씨와 '동반자살하자'며 소주와 수면제 800알을 나눠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들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살인을 저질렀고, 뚜렷한 이유없이 무차별적으로 범행을 벌였다는 점이다. 또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의 만연과 소비만능주의, 일부 젊은이들의 허약한 의식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최근 방향없이 흔들리고 있는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명경시 풍조에 따른 무차별적 살인은 사회정의가 위협받는상황 속에서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일(44)씨는 "개개인의 문화와 주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돈이 모든 질서의 중심이 되고 있다"며 "잇단 살인사건도 배금주의 만연에 따른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빚어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대 민수홍(41.범죄사회학)교수는 "최근 잇단 강력사건들은 사회정의가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상식적인 사회와 정상적인 교육이 범죄를 줄이는 방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송성숙 사무총장은 "최근 잇단 살인범죄들은 기성세대의 무관심 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면서 "범사회적인 의식개혁과 사회적 합의를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