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자가 대표적 난치병으로 꼽히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정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독창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고재영(高在英) 교수팀은 30일 미국 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에서 분비되는 아연(Zinc)이 알츠하이머병 원인물질로알려져 있는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플라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NAS는 "이 연구결과는 신경세포 내 아연을 이용한 치료법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늦추거나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하고 이 연구를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중 가장 주목할 논문 중 하나로 선정, 자료를 미리 배포했다. 노인성 치매로도 불리는 알츠하이머병은 뇌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기억력 감퇴 등 뇌기능을 저하시키고, 결국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병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걸리면서 관심을 모았고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세계적으로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암, 에이즈와 함께 현대 의학이 극복해야할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서 생성되는 베타 아밀로이드(Aβ)라는 단백질 조각이 쌓이고 덩어리가 형성되면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연구중인알츠하이머병 치료법도 베타(β)와 감마(γ) 세크리타제 등 Aβ생산에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하거나 면역학적 방법으로 Aβ를 파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고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아연 수송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유무에 따라Aβ플라크 형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기존 치료법과 전혀 다른 방식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되도록 한 형질전환된 쥐(Tg2576)와 신경세포 내 아연 전달체(ZnT3)의 유전자가 없는 쥐를 교배시켜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는 있고 아연 전달체 유전자가 있는 쥐와 없는 쥐를 만들었다. 연구팀이 이 쥐를 키우면서 뇌세포 내의 아연량과 Aβ플라크 형성량을 비교한결과 아연 전달체가 없는 쥐에서는 뇌세포 내 아연량이 크게 감소하고 Aβ플라크 역시 훨씬 적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연 전달체가 없는 쥐의 경우 아연이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로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아연 양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Aβ플라크 형성도 억제된 것으로보인다. 또 아연 전달체가 있는 쥐의 경우 암컷에서 Aβ플라크가 수컷에서보다 훨씬 많이 생성된 반면 아연 전달체가 없는 쥐에서는 암수 차이가 없었다. 이는 여자가 알츠하이머병에 잘 걸리게 하는 주범이 바로 아연 전달체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 교수는 "이 연구결과로 볼 때 시냅스 아연의 양을 줄이거나 아연과 Aβ 간의작용을 방해하는 물질 등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시냅스 아연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지난 99년 인간 노인성 치매 유전자가 과잉 발현된 쥐의 Aβ플라크에아연이 많이 포함된 사실을 최초로 확인해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했으며 이번에는 이를 토대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로 발전시킨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