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30분 이상 끙끙대도 배변을 시원하게 못해 고민입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어린이,다이어트하는 젊은 여성,스트레스를 받는 직장 남성….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강대희 교수(예방의학)가 지난해 12월 서울시민 1천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중 1명꼴로 변비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부터 건강 장수하려면 삼쾌(三快)를 이뤄야 한다고 한다. 잘 먹고(快食) 잘 자고(快眠) 잘 누면(快便)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변비 원인=변비란 1회 대변량이 25g 이하,배변횟수가 1주 3회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변비가 생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운동부족이다. 고칼로리 인스턴트 음식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햄버거 피자 아이스크림 등 육류 유제품으로 된 고열량제품을 즐겨 먹을 경우 변의 부피를 늘려주는 섬유소 섭취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유아들의 경우도 모유 대신 젖당과 지방이 많은 분유를 먹기 때문에 변비에 걸리기쉽다. 취학아동 가운데서도 낯설고 불결하며 번잡한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해 변비를 겪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월경 후반기나 임신기간에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분비량이 늘어나면서 대장 운동이 억제되므로 남성보다 변비에 걸리기가 쉽다. 다이어트를 해도 걸리기 쉽다. 전체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섬유소 섭취량이 크게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먹는 약들은 설사나 배뇨를 촉진,장에서 수분을 빼앗아가면서 변비를 유발한다. 직장남성들과 가정주부도 바쁜 일과로 배변시기를 놓치면서 변비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강해지면 자율신경의 조화가 깨지고 따라서 장운동의 리듬이 흐트러진다. 노인들은 근육이나 신경이 퇴화돼 대장운동이 약해지면서 식사량도 줄고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부드러운 음식에는 식물성 섬유소가 적게 들어 있어 변비가 나타나기 쉽다. ◇치료=대장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기능성 변비는 크게 이완성 경련성 직장형으로 나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운동이 약해서 발생하는 변비로 섬유질의 복용과 대장운동을 증가시키는 하제로 치료된다. 하지만 대장근육이 강하게 수축되면서 대변이 앞으로 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경련성 변비는 오히려 장 운동을 억제시키는 항경련제를 사용해야 한다. 직장형 변비는 직장까지는 변이 내려오나 직장에 변이 걸려 배설되지 않는 경우로 '바이오피드백'이라는 행동치료가 적합하다. 이 치료는 환자가 자신의 항문상태를 모니터로 보면서 항문거근을 오무렸다 풀어주는 요령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재활치료법이다. 소아변비는 수분 야채 과일섭취를 늘려주고 우유 육류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유산균과 꿀물 흑설탕물을 자주 준다. 꿀물이나 흑설탕은 장에서 유산균 발효를 돕는다. 아이가 4일 이상 배변을 못하면 관장을 해 주거나 엄마가 새끼손가락에 고무장갑을 끼우고 대변을 꺼내줘야 한다. 젊은 여성들은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병행하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부들은 아침에 배변시간을 놓쳐 변비가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변을 보는 게 좋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양형규 남양주 양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