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발전노조 파업이 이달 초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 달여를 끌어왔던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까지 확산될 뻔했지만 노사간 막판 절충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어렵사리 회복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파업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대회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냈다. 사회 안정은 물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뤄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산업현장의 노사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계기가 됐다. 지난달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이라며 "경영의 투명한 공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노사간 공정한 성과배분 등 노사관계의 3대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간결한 말이었지만 여기에는 1999년부터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가 공동 추진해온 신노사문화 운동의 중요성과 조기 정착의 당위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과 양대 선거 등 굵직굵직한 행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장의 노사 갈등이 분출될 경우 사회경제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경기회복세는 노사관계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조측은 그동안의 희생을 보상하라고 나설 것이며 회사로서는 조금만 참아달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구조조정과 직결된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올해 노사관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 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노사평화를 위한 국민마라톤대회'에서도 이러한 노사화합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노동부 신노사문화우수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6백53개 기업에서 1만여명이 참가해 노사화합의 정신을 드높였다. 참가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월드컵 16강 진출' '노사화합 막강' 등의 구호를 외치며 노사 협력을 다졌다. 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노사문화는 결코 '엄벌'과 '투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노사간의 마음을 연 대화만이 21세기 신노사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의 엄격한 심사 끝에 상반기 신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웅진코웨이개발 등 31개사는 노사가 상호 믿음 속에 공존공영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업장이다. 신노사문화 바람이 모든 산업현장에 정착될 때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